靑에 정책 주도권 뺏기고 공공기관 ‘낙하산’도 막혀
“100개 아니라 1000개이면 뭐하나, 제대로 눈에 들어오는 게 없던데.”

기재부는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드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담화문 내용이 기재부 안에서 나왔다고 주장합니다. 현오석 부총리는 26일 “부처가 (청와대에)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속내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바닥 정서는 다릅니다. 한 사무관은 “청와대에서 수차례 중간보고를 받아놓고 까였다는 것이 정말 기분이 나쁘다”면서 “수없이 다시 만들고 고쳤는데, 지난해 서민증세 논란 때도 그러더니 왜 사전에 이야기를 않고, 최후에 뒤집느냐”고 답답해합니다. 다른 직원은 “엘리트 기재부의 자부심이 무너졌다”고까지 표현합니다.
답답한 것이 청와대에 짓눌린 자존심만은 아니랍니다. 민생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될 줄 모릅니다.
종교인 과세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종교의 힘’에 눌려 진척이 없습니다. 간만에 힘을 받던 공공기관 개혁안은 끊이지 않는 정권의 공공기관 임원 낙하산에 흠집이 생겼습니다. 개인정보유출 사고에 대해 현 부총리가 “어리석은 사람이 책임을 따진다”고 말 실수를 한 이후 현장 감이 떨어진다는 ‘낙인’이 찍혔다는 말도 나옵니다.
기재부 내부에서 무엇보다 답답한 건 인사입니다. 정권은 공공기관에 낙하산 임원을 뿌려대는데, 정작 기재부는 좋은 자리는커녕, 인사의 숨통을 틀 만한 자리마저 못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 큽니다. 업무가 많은 대신 국장급 이상 오르면 길이 수없이 많다던 말이 무색합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정책을 1년간 만들고 있으니 특별한 게 없는 게 당연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옵니다. ‘인사를 하지 못하면 인사를 당한다’는 한 관료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4-02-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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