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신흥국들 벼랑끝에 매달려…버틸수 있을까

자원 신흥국들 벼랑끝에 매달려…버틸수 있을까

입력 2015-09-10 07:39
수정 2015-09-10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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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헤알화 10% 추락하며 투기등급 추락 위험씨티 “올해 중국 4% 성장하며 내년 세계 경제 침체 전망”

중국 위안화 평가 절하를 계기로 자원 신흥국들의 위기가 전면으로 부상했다.

10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중국의 예고 없는 위안화 평가 절하를 두고 중국 경제 사정이 실상은 더 나쁘다는 의미로 해석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고 특히 자원 신층국들은 더욱 심각한 위기상황에 몰렸다.

◇자원 신흥국 금융시장 직격탄

중국으로 원자재를 수출하는 단순한 ‘천수답’ 경제 구조인 신흥국들은 중국 성장세 둔화가 이슈로 부상하자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 나라에서 주가와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공포에 빠졌고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이 뛰어올랐으며 성장률 전망 하향이 잇따랐다.

특히 통화가치 폭락은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위안화 평가 절하 이후 지난 9일까지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10.0%나 추락하며 가장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8.7% 하락하면서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으로 돌아갔다.

터키의 리라화(-7.2%),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5.0%), 러시아의 루블화(-4.9%), 남아공의 랜드화(-6.7%)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주식시장 등에서 외국 자본이 썰물같이 빠져나가자 신흥국 안팎에서는 외환위기 재연 가능성이 거론되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지난 10일까지 무려 25일간 팔자 행진을 벌였다. 위안화 절하 이후 지난 9일까지 빠져나간 자금이 무려 41억7천만 달러(약 4조9천억원)에 달했다.

증시 유출 금액은 지난 9일까지 태국(12억2천만 달러), 대만(11억7천만 달러), 브라질(10억7천만 달러)은 10억 달러가 넘고 인도네시아 약 8억 달러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한국은 2000년대 초반에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왔다가 2008년에 외환위기 비슷한 상황까지 몰렸다”면서 “동남아 자원 신흥국들에 금융위기 이후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간 것이 염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성장률 하향, 신용등급 강등 위기

위안화 평가 절하 이후 신흥국 금융시장이 흔들린 데 이어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이 잇따랐고 신용등급 강등설까지 나왔다.

무디스는 지난 8일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대만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3.5%(5월)에서 1.5%로 절반 이하로 깎았다.

인도네시아 성장률 전망도 5.0%에서 4.7%로, 태국도 3.0%에서 2.5%로 각각 내렸다.

중국 성장세에 보조를 맞춰서 한때 중국의 대체 투자처로까지 거론되던 브라질은 이제는 투기등급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

최근에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신흥·개발도상국의 신용 등급 강등 위험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특히 브라질과 남아공을 거명했다.

무디스는 이미 위안화 평가 절하가 단행된 지난달 11일 브라질 신용등급을 투자등급 맨 아래로 낮췄다.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추락할 경우 파장은 크다.

이 밖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바레인 및 이라크도 유가 약세 때문에 재정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으며 터키와 러시아도 요주의 대상으로 올라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위안화 평가 절하 이후 급등했다.

태국이 28.5% 상승해 가장 컸고 이어 베트남(26.6%), 인도네시아(26.0%), 말레이시아(20.8%)였다. 한국도 55.5bp에서 66.6bp로 20% 올랐다.

◇ 산 넘어 산…내년은 더 위태

자원 신흥국들 앞으로 펼쳐진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당장 이달 또는 12월에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벼랑 끝으로 몰릴 수도 있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자본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흘러들어가는 흐름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그렇다고 꺾이기 시작한 성장세가 다시 살아나기는 어렵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중국 성장세 둔화로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면서 자원 신흥국들의 수출이 감소하고, 신흥국 경제 위기가 선진국까지 파급돼 세계 경제 전체가 침체에 빠지는 것이다.

씨티그룹은 지난 9일자 보고서에서 중국 등 신흥국 시장 수요 약화로 인해 앞으로 2년 이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55%라고 추정했다.

씨티그룹은 올해 중국 성장률이 정부 목표 7%와는 거리가 먼 4% 수준으로 떨어지며 경착륙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 경기 침체를 막으려고 해도 중앙은행들이 더 이상 쓸 카드가 없다고 씨티그룹은 지적했다.

IBK투자증권 박옥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리 인상에 이어 내년 하반기께 유럽의 양적 완화가 중단되는 등 전 세계가 긴축에 들어갈 경우 신흥국 경제에 어떤 충격이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지금은 그나마 저유가라서 괜찮은 부분이 있는데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면서 “경기는 나쁜데 저물가로 버티고 있는 나라들 뿐 아니라 경기가 좋은 나라들까지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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