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상위 600대 상장사 설문
경영 효율성 감소·비용 증가 우려한경협 등 경제 8단체 긴급호소문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를”

한국경제인협회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국내 상장 기업의 절반 이상이 상법 개정 시 투자와 인수합병(M&A)이 줄어드는 등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는 매출액 상위 600대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상법 개정안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112개사)의 56.2%가 상법 개정안 통과 시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고 23일 밝혔다. 긍정적 영향을 전망한 비율은 3.6%에 그쳤으며 40.2%는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봤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포함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 ▲2명 이상의 이사 선임 시 1주당 선임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과 함께 이를 몰아 쓸 수 있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포함한다. 이런 내용으로 상법이 개정될 경우 기업들이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주된 이유로는 ▲주주 간 이견 시 의사결정 지연 및 경영 효율성 감소(34.0%) ▲주주 대표 소송, 배임죄 처벌 등 사법 리스크 확대(26.4%) ▲투기 자본 및 적대적 M&A 노출 등 경영권 위협 증가(20.8%) ▲투자 결정, M&A, 구조조정 등 주요 경영 전략 및 계획 차질(17.9%) 등이 꼽혔다.
상법 개정이 투자 및 M&A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축소될 것이라는 응답이 46.4%였고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서 국제 경쟁력이 떨어져 경제 전반의 ‘밸류다운’(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와 이사회 운영을 위한 비용 증가로 기업의 재무적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한경협을 비롯한 경제 8단체(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상장협·코스닥협회 포함)는 상법 개정 논의를 중단하고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논의해 달라는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우리 기업들은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소수주주 피해 방지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에는 동의하지만 상법 개정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상법 개정에 대한 기업들의 반대가 커지자 정부는 ‘핀셋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이 규제 범위를 상장 법인으로 좁히고 합병 시 가액 산정 방식 등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2025-02-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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