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금융혁신 발상지 英 카나리워프 가다
유럽 최대 핀테크 기관 ‘레벨39’5분 내 달려가 트렌드 설명
7월 여의도에 한국판 설립 예정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지 카나리워프. 템스강 상류의 선착장이었으나 1980년대 후반 재개발을 통해 새롭게 탄생했다. 오래된 은행 등이 모여 있는 뱅크가(街)와 구분해 신(新)금융중심가로 불린다. 카나리워프에는 HSBC, 씨티, 바클레이즈,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금융그룹의 본사와 유럽 본부가 들어서 있다. 가장 중심에는 카나리워프의 상징이자 이곳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원캐나다스퀘어가 있다. 이 건물의 39층에 유럽 최대의 핀테크 육성기관 ‘레벨39’가 있다. 레벨39는 2013년 민·관 협업으로 세워졌다. 영국이 추구하는 새 금융생태계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사무실 공간은 카나리워프 부동산투자그룹이, 운영 프로그램은 스타트업 혁신 전문기업인 엔틱이 각각 제공한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한 제도 지원과 홍보를 맡는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혁신적인 금융 신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규제에 상관없이 시도해 볼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올해 도입했다. 샌드박스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고안된 모래 상자다. 우리나라도 이를 본떠 ‘규제 프리존’ 등을 만들었다. 기존의 규제와 틀에 갇혀 새로운 금융생태계를 만들지 않으면 ‘갈라파고스’(외부와 단절된 고립된 섬)가 될 것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흐름이다.

레벨39를 기획한 엔틱의 닉 설(왼쪽) 전무와 조 킴 전무가 카나리워프 조감도를 보며 새로운 금융생태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레벨39에는 200여개의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해 있다. 초기 스타트업들은 주로 39층의 다목적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며 모의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토론을 한다. 여기서 투자 유치에 성공하거나 인수·합병 등으로 스타트업 단계를 졸업하면 24층이나 42층 사무실에 정식으로 둥지를 튼다. 영국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영국의 핀테크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핀테크 분야에서만 66억 파운드(약 12조원)의 수익과 6만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엔틱은 이르면 7월 서울 여의도에 한국판 레벨39를 설립할 예정이다. 아시아의 핀테크 기업들을 적극 유치하는 동시에 국내 핀테크 기업들을 해외로 적극 내보내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사업개발을 담당하는 닉 설 엔틱 전무는 “새로운 첨단기술이 금융 서비스와 접목하면서 금융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도 과감하게 금융 개혁을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런던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6-05-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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