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를 열다] 1974년 안내양과 만원버스

[DB를 열다] 1974년 안내양과 만원버스

입력 2013-02-08 00:00
수정 2013-02-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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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내양이 이미 승객들로 가득 찬 버스 안으로 손님들을 몸으로 밀어 넣으려고 애쓰고 있다. 1974년 12월 3일 촬영한 사진 속의 버스는 서울 면목동과 남태령을 오가던 86번 버스다. 안내양은 처음에는 차장이라고 불렀다. 1950년대에는 남자 차장도 있었지만 5·16 이후 모두 여성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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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양은 고달픈 직업이었다. 첫차가 출발하는 새벽 4시 전에 일어나서 운행 준비를 했다. 차가 정류장마다 서면 ‘오라이’, ‘스톱’을 외치고 요금을 받은 다음 잔돈을 거슬러 줬다. 이렇게 하루에 종점과 종점을 일고여덟 번은 돌아야 했다. 자정이 다 되어 20시간 가까운 중노동이 끝나면 차 청소도 해야 했다.

1968년 전차 운행이 중단된 뒤 지하철이 생기기 전까지 승객 수송을 80% 이상 맡았던 서울의 버스는 그야말로 콩나물시루였다. 승객들은 비명을 질러댔고 이리저리 떠밀린 학생들의 반찬 통에서 샌 김치 냄새가 진동했다. 승객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안내양들은 여성으로서는 힘에 부치는 ‘푸시맨’의 역할도 해야 했다. 안내양이 밖으로 밀려 나올 듯한 승객들을 몸으로 떠받치고 있다가 동전으로 차체를 치면서 “오라이”라고 외치면 운전사는 문을 연 채 버스를 출발시켜 승객들이 안으로 휩쓸려 들어가도록 S자 커브를 트는 곡예 운전을 했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2013-02-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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