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가까워서 어려워진 말/이경우 어문부장

[말빛 발견] 가까워서 어려워진 말/이경우 어문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9-11-13 23:50
수정 2019-11-14 02:5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산 저쪽의 공간을 가리킬 때는 ‘저 산 너머’다. 이때 ‘너머’는 공간이나 공간의 위치를 나타낸다. 속담 ‘산 넘어 산이다’에선 ‘너머’가 아니라 ‘넘어’다. 여기서 ‘넘어’는 ‘공간’이 아니라 ‘넘는다’는 ‘동작’을 뜻한다. ‘너머’와 ‘넘어’는 발음이 같아서 혼동을 일으키지만,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고 많은 국어 선생님들은 알려 준다. 적절해 보이는 예문까지 들어 가면서 설명해 준다. 그런데도 여전히 ‘너머’와 ‘넘어’는 구별이 쉽지 않다.

여기에 이런 설명이 하나 덧붙여지면 구분이 더 쉬워질지 모르겠다. ‘산 넘어 산’은 ‘산을 넘어 산’이다. ‘저 산 너머’는 ‘저 산의 너머’라 할 수 있다. ‘넘어’ 앞의 ‘산’엔 ‘을’이 붙을 수 있다. ‘산을 넘다’이기 때문이다. ‘산의 넘다’는 어색하다. ‘너머’ 앞의 ‘산’엔 ‘의’가 와야 뜻이 통한다.

‘너머’는 본래 ‘넘다’에서 왔다. 의미와 품사는 달라졌지만, 뿌리까지 같을 정도로 ‘너머’와 ‘넘어’는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 더 혼동한다. 비슷해서 관심을 덜 갖게 되는 것이다. 가까이 있다는 이유가 그늘이 된다. 밀접함이 지나쳐 버리기 쉬운 조건이 되고 말았다. ‘너머’와 ‘넘어’가 그렇듯 다른 일상에서도 가까운 건 가볍거나 우습게 여길 때가 많다. 그럼 어려워진다.

wlee@seoul.co.kr
2019-11-14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챗GPT의 성(性)적인 대화 허용...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글로벌 AI 서비스 업체들이 성적인 대화, 성애물 등 ‘19금(禁)’ 콘텐츠를 본격 허용하면서 미성년자 접근 제한, 자살·혐오 방지 등 AI 윤리·규제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GPT-4o’의 새 버전 출시 계획을 알리며 성인 이용자에게 허용되는 콘텐츠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19금 대화가 가능해지는 챗GPT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어떤가요?
1. 찬성한다.
2. 반대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