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있는 아침] 옹기전에서/정희성

[그림과 詩가있는 아침] 옹기전에서/정희성

입력 2020-08-13 17:40
수정 2020-08-14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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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전에서/정희성

나는 왠지 잘 빚어진 항아리보다

좀 실수를 한 듯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내를 따라와 옹기를 고르면서

늘 느끼는 일이지만

몸소 질그릇을 굽는다는

옹기전 주인의 모습에도

어딘가 좀 빈 데가 있어

그것이 그렇게 넉넉해 보였다

내가 골라 놓은 질그릇을 보고

아내는 곧장 화를 내지만

뒷전을 돌아보면

그가 그냥 투박하게 웃고 있다

가끔 생각해 보곤 하는데

나는 어딘가 좀 모자라는 놈인가 싶다

질그릇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실수한 것보다는

실패한 것을 택하니

고향 집에 장독대 있습니다. 크고 작은 옹기 항아리들이 나란히 모인 모습 보면 마음 따뜻해집니다. 할머니는 장독대 주위에 하얀 고막 껍질을 심어 두었지요. 살림을 정갈히 하라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고막 껍질 따라 채송화 꽃들 옹기종기 핀 모습 얼마나 따뜻한지요. 채송화 핀 장독대에 앉아 동화책 읽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고구려 벽화에 우물 곁에 놓인 큰 항아리 모습이 보입니다. 옹기 항아리의 역사는 민족의 역사입니다. 어리숙하게 보이면서도 넉넉한 품을 지닌 옹기 항아리의 모습, 그 자체가 겨레의 마음입니다. 옹기 항아리 닮은 사람들만 이 땅에 오래오래 살았으면 싶습니다.

곽재구 시인
2020-08-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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