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기업 기강 해이 드러낸 인력공단 ‘답안지 파쇄’

[사설] 공기업 기강 해이 드러낸 인력공단 ‘답안지 파쇄’

입력 2023-05-25 01:14
수정 2023-05-2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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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달 23일 서울 은평구 연수중학교에서 시행된 ‘2023년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 사고와 관련한 사과문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달 23일 서울 은평구 연수중학교에서 시행된 ‘2023년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 사고와 관련한 사과문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채점도 안 한 답안지를 파쇄해 국가시험을 다시 치러야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국가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일어난 일이다. 국가시험의 관리체계와 공기업의 기강이 이 정도로 엉망진창인지 목도하고도 잘 믿겨지지 않는다.

지난달 23일 ‘2023년도 기사·산업기사’ 자격시험을 치른 609명의 답안지는 원래대로라면 산업인력공단 서울 서부지사 금고로 보내져야 했다. 하지만 시험지로 오인한 직원의 실수로 창고로 잘못 배달됐고 그대로 파쇄기에 들어갔다. 더 심각한 것은 답안지 실종 사실을 공단 측이 한 달 가까이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인지한 시점은 이달 20일이었다. 직원 한 명이 착각했다고 ‘배달 사고’가 나고 이런 오류조차 교차 검증을 통해 잡아내지 못했다고 하니 나사 풀린 공기업의 적나라한 민낯이 아닐 수 없다. 공단은 이번 시험의 합격자 발표일(6월 9일) 이전에 재시험을 치러 609명의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시험을 치른 지 이미 한 달이나 지나 학습 내용을 잊은 사람, 이 시험의 기사 자격증으로 다른 시험에 응시하려 했던 사람 등의 불이익은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공단은 지난해 산업안전기사 시험 때도 채점을 잘못해 탈락자 400명을 돌연 합격자로 뒤바꾼 적이 있다. 답안지 파쇄까지 터지자 어수봉 이사장이 공개 사과했지만 이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고 공단은 다각도의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무사, 관세사 등 다른 국가시험에서도 출제 오류와 합격자 번복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시험 공신력이 더 위협받기 전에 제반 시험의 관리체계를 점검하고 보완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반면교사하지 않으면 ‘세상에 이런 일이’는 또 일어난다.
2023-05-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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