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 하계올림픽 유치 경쟁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커스티 코번트리 신임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유치 절차를 잠시 중단하고, 개최도시 선정 시점과 IOC 위원 참여 방식 전반을 검토 중이다.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우리로서는 전략을 정비할 기회다.
현재 유치 의향도시는 유럽 9개국, 아시아 6개국, 미주 3개국, 아프리카 2개국 등 20여개 국에 이른다. 독일, 영국을 비롯해 인도, 카타르, 사우디, 인도네시아, 중국까지 가세해 ‘올림픽 르네상스’의 막이 올랐다.
토마스 바흐 전 IOC 위원장의 ‘어젠다 2020’이 성과를 거두며 이제 IOC는 1국가 1도시 중심의 대규모 신축이 아닌 다도시·공동개최, 신축 최소화, 지속가능성 중시라는 방향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최근 2024 파리올림픽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입장권과 로컬 스폰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통해 38억 달러(약 5조 3000억원)의 수익을 기록하며, 막대한 적자로 파산한 과거의 ‘하얀 코끼리’ 사례와 단절했다. 더이상 올림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올해 초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에서 전북 전주가 서울을 49대11로 이겨 국내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가 됐다. ‘전주 미러클’이라 할 만큼 상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전주는 올림픽이 지향하는 가치를 최대한 활용해 대한체육회를 설득했다. 경기장 신축 제로, 지방 연대, K문화 올림픽 중심의 유치 콘셉트와 균형발전의 비전이 설득의 내러티브로 작용했다. 이제 IOC를 설득할 차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산업화 시대의 상징이자 국격을 높인 메가시티 중심 모델이었다. 국가 브랜드와 산업화의 성취를 알리는 무대였고, 대규모 인프라와 중앙 집중식 모델이 IOC가 요구하던 해답이었다.
하지만 2036 전주올림픽은 다르다. 세계는 기후위기, 지역격차, 공동체 해체라는 복합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제 올림픽은 ‘성장’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공존’의 무대다. 88 서울올림픽의 레거시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해답이 될 수 있다. 전주가 부족한 서울의 대형 호텔과 경기장을 재사용하는 것도 올림픽 레거시 재활용 전략으로 IOC의 환영을 받을 수 있다.
전주는 131년 만에 탄생한 최초의 여성, 최연소, 첫 아프리카 출신 IOC 위원장의 시대, ‘새로운 표준’(New Norm)과 ‘올림픽 어젠다 2020+5’의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다. 경기장을 신축하지 않고 기존자원을 활용하고, 지역 간 연대를 구축하며, 선수 중심의 대회를 운영한다는 전략은 강점이다. 또한 K컬처를 통해 30억명 이상의 글로벌 팬을 올림픽 무브먼트에 참여시킨다는 자신감도 인도(14억명)를 넘어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전주의 도전은 ‘새로운 올림픽 도시의 기준’을 세우는 실험이다. 더 많이 짓고, 더 크게 만드는 게 아닌, 이미 있는 것을 현명하게 쓰고, 모두가 함께 만드는 올림픽, 이게 전주가 지향하는 가치다.
전주가 하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2032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개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선제적인 유치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제 국민이 함께할 시간이다. 2036 전주올림픽은 일개 지방도시의 사업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창이다. 확실한 스포츠 선도국가로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가치를 선언하는 자리다. 20여개 국가가 치열하게 각축하는 올림픽 경쟁에서 대한민국은 이제 전주다. 전주는 대한민국이다.
배미경 더킹핀 대표이사·전 KOC 국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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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경 더킹핀 대표이사·전 KOC 국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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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경 더킹핀 대표이사·전 KOC 국제위원
2025-08-01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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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