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체면/박대출 논설위원

[길섶에서] 체면/박대출 논설위원

입력 2011-12-23 00:00
수정 2011-12-2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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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송년 모임이다. 여럿이 만나면 늘 비슷하다. 1차 식사, 2차 노래방이다. 다들 취기가 오른다. 분위기를 이끄는 이는 항상 있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시작한다. 트로트가 주 메뉴다. 그런데 누군가 휴대전화를 꺼낸다. 손가락으로 열심히 긁어댄다. 뭔가를 찾아 내더니 옆 사람에게 들이댄다. 함께 키득거린다. 멀리 앉은 이들도 달려간다. 휴대전화를 돌려 보기도 한다. 스마트폰 시대의 새 풍속도다.

그들이 본 건 다른 게 아니다. 야동, 즉 야한 동영상이다. 화제가 된 것들이 잔뜩 들어 있다. A양 동영상은 아예 기본이다. 한편으론 궁금해진다. 무슨 내용일까. 관음(觀淫) 본능이 꿈틀댄다. 하지만 애써 외면한다. 혼자만 잘난 척하기도 내키지 않는다. 괜스레 초점을 돌린다. 그들에게 핀잔을 준다. 한물 간 청춘들은 할 수 없다고. 양기(陽氣)가 눈까지 올라왔다고.

궁금증을 막은 건 양심이 아니다. 도덕성도 아니다. 그저 체면 때문이다. 그게 점잖지 못한 짓을 주저하게 해준다. 이쯤 되면 체면도 꽤 쓸모 있는 덕목이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2011-12-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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