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자살씨앗’/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자살씨앗’/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3-07-29 00:00
수정 2013-07-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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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옥수수 두 자루를 수확했다. 옥수수가 과연 열릴 것인지 걱정이 컸던 만큼 기쁨은 두 배였다. ‘씨앗을 뿌리면 수확하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닌가’라고 물으면 세계 씨앗 시장의 현실을 모르는 것.

씨앗 시장에 나오는 종자들은 더 이상 농부의 것이 아니다. 1만 2000여년 전 신석기시대부터 농사를 지어 온 농부들은 훌륭한 종자를 보관했다가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미국의 몬샌토 같은 다국적 종자회사의 등장으로 2세대 생식능력을 제거한 종자가 판매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생식능력을 없앤 잔혹한 터미네이터 기술의 산물, 이른바 ‘자살씨앗’이 주범이다. 번식력을 원천적으로 제거해 버렸으니 자살씨앗의 2세를 뿌리면 수확을 망친다. 씨를 뿌리지 않아도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들깨는 잎을 얼마든지 뜯어 먹을 수 있지만, ‘씨’를 수확할 수는 없는 것이 그 사례다.

지난해 딴 옥수수가 딱딱해 먹지 못하고, 버리기도 아까워 겨우내 말렸다가 올봄에 씨를 뿌렸다. 그런데 자살씨앗의 운명을 물리치고 강력한 생명력을 피워냈다. 어찌 기쁨이 두 배가 아니겠는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3-07-2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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