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찔한 붉음, 양귀비/손성진 논설고문

[길섶에서] 아찔한 붉음, 양귀비/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입력 2019-05-30 17:18
수정 2019-05-31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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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붉은색에 눈을 집중하면 강렬하다 못해 아찔하다. 들어가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의 느낌.

붉은 꽃으론 장미가 제일이겠지만 양귀비도 그에 못지않다. 클로드 모네가 양귀비에 몰입한 것도 강렬하고 아찔한 색감 때문일 것이다.

“화염 사이로 두 손을 넣어 본다. 불붙지는 않는군. 널 보노라면 난 탈진….”

미국의 시인 실비아 플라스가 양귀비를 소재로 쓴 시의 한 구절이다.

꽃에게 이름을 빌려준 절세가인 양귀비의 미모가 이처럼 아찔해서 한 나라를 멸망의 지경으로 몰았을까.

남도에 양귀비꽃이 절정이다. 사진으로 보니 과연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붉은 태양보다 더 강력하다. 너른 들판을 가득 채운 양귀비꽃은 그 꽃말처럼 지친 심신에 위안을 주는 듯도 하다.

양귀비는 아편의 재료이기도 하지만 관상용 꽃양귀비는 마약 성분을 뺀 개량종이라고 하니 걱정도 없다.

양귀비꽃 같은 강렬한 붉은색을 좋아한다고 비웃을 권리는 우리에게 없다. 한번이라도 뜨거워 본 적 없는 사람은 연탄재를 발로 찰 자격이 없다는 것은 양귀비를 볼 때도 전혀 다르지 않다.

삶이 식어 차가움마저 느낄 때 선홍색 양귀비 꽃밭에 빠져 봄이 어떨지.
2019-05-3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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