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더디거나, 쏜살같거나/이지운 논설위원

[길섶에서] 더디거나, 쏜살같거나/이지운 논설위원

이지운 기자
입력 2019-08-06 22:20
수정 2019-08-07 01:5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세월은 20대까지는 모질게 더디지만, 30대부터는 쏜살처럼 지난다.”

20대 때 어머니가 보내신 편지에 이렇게 써 있었다. 당장 ‘모질게’가 눈을 잡았다. 병역을 마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니, 그 모진 것의 느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청소년기도 떠올랐다. 그러나 ‘쏜살’은 감각하기 어려웠다. 그저 ‘그럴 것도 같겠다’는 정도였던 듯하다.

30대 어느 날 그해 첫 겨울옷을 막 꺼내 드는데, 편지가 떠올랐다. 얼마 안 가 이 겨울옷들을 다시 들여놓겠다 싶은 생각이 스쳤다. 한 해 전만 해도 “이 겨울옷 또 지겹도록 입겠구나” 했다.

‘시간 체감’에 관한 가장 분명한 이론은 ‘연령비례 속도체감의 법칙’이 아닌가 한다. 20대에는 시속 20㎞, 80대에는 80㎞로 가기 때문에 저마다 느껴지는 시간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지만, 체험을 기반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수용돼 온 과학이 아닌가 싶다. 다만 저속, 고속과는 달리 중속은 체감하기 어려운 점을 설명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폭염의 절정기에 태풍 소식을 들으며 또 편지가 떠오른다. 곧 바람이 스산해지려니. 문득 아들에게 할머니의 편지를 소개해야 할 때가 되었나 싶다. 내게 편지하실 때 어머니의 연배가 코앞이다.

jj@seoul.co.kr

2019-08-07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