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용정(龍井)과 룽징/문소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용정(龍井)과 룽징/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기자
입력 2019-11-28 22:42
수정 2019-11-29 02: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용정(龍井)은 용의 우물, 보통명사 같은 지명이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 나오는 간도의 마을로만 알고 있었다. 중국 녹차 중에 항저우의 ‘룽징’이 유명하던데, 용정의 중국식 발음이 그 룽징이었다. 지난주 가족여행으로 남송의 수도였던 고도시 항저우에 갔다가 룽징에도 가 봤다.

택시에서 막 내리자마자 소란스럽게 사람들이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긷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 보니 길가에 대리석으로 울타리를 친 낮은 우물이다. 송나라 때부터 유래한 용정이란다. 우물 입구는 좁았고 2~3미터는 너끈한 깊이에 우물이 찰랑거렸다. 우물쭈물하는데, 회색 후드티를 입은 여자분이 홀연히 나타나 우리에게 두레박을 내밀었다. 택시 기사의 전언이 떠올랐다. 용정에서 남의 두레박을 빌려 물을 길으면, 그 두레박의 주인집으로 따라가 차 대접을 받고, 그 주인에게 작은 사례를 하고 돌아오는 ‘관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 장수하고 복도 받는다는 것이다. 김이 올라오는 두레박 우물물로 손을 닦았다. 그리고 회색 후드티 여성을 따라 좁은 골목을 거쳐 언덕배기 집으로 올라갔다. 올해 새로 거둔 룽징 찻잎으로 만든 차는 향기로웠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뭔가에 홀린 듯해 룽징 차통을 쓰다듬어 보았다.

symun@seoul.co.kr
2019-11-29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챗GPT의 성(性)적인 대화 허용...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글로벌 AI 서비스 업체들이 성적인 대화, 성애물 등 ‘19금(禁)’ 콘텐츠를 본격 허용하면서 미성년자 접근 제한, 자살·혐오 방지 등 AI 윤리·규제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GPT-4o’의 새 버전 출시 계획을 알리며 성인 이용자에게 허용되는 콘텐츠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19금 대화가 가능해지는 챗GPT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어떤가요?
1. 찬성한다.
2. 반대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