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고양시, ‘왕의 놀이터’/이종락 논설위원

[길섶에서] 고양시, ‘왕의 놀이터’/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기자
입력 2021-05-02 20:14
수정 2021-05-03 01:5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조선시대 한양에서 의주까지 가는 길이 ‘의주대로’였다. 정동 사거리에 있던 돈화문(서대문)에서 출발해 무악재, 구파발을 거쳐 고양, 파주, 개성, 평양을 지나 의주까지 가는 432㎞(1080리)의 길이었다. 의주를 지나면 베이징까지 연결됐는데 지금의 국도 78번과 56번이 난 길이다. 하지만 경기문화재단이 의주길 경기옛길을 복원하면서 인도가 없는 국도를 우회해 여러 문화유적지를 거치게 한 새 길을 만들었다.

고양시 덕양구 대자16동 일대인 의주길 경기옛길 제2길을 걷다 보면 ‘연산군시대 금표비’를 만난다. 연산군이 유흥을 즐기는 곳에 일반인들이 드나드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세워 놓은 비다. 비문에는 “이 금표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왕명을 어긴 것으로 봐 처벌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조정은 왕과 함께 호랑이 같은 맹수를 잡는 군사훈련을 하는 지역이라고 둘러댔지만 노루나 꿩 등 위협적이지 않은 동물들만 사냥해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고양군은 1504년(연산군 10년) 왕의 유흥지가 됐다가 1506년 중종반정으로 다시 군으로 복귀됐다. 군 자체가 왕의 놀이터가 돼 민간인 출입을 금지했다는 사실에서 연산군의 폭정을 실감한다. 고양시는 폭군의 말로를 웅변하는 곳이기도 하다.

2021-05-03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