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소나기/이동구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소나기/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21-07-20 20:30
수정 2021-07-21 01:4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소나기 한줄기가 시원하게 뿌려 댄다. 도심 빌딩 유리창을 내리치는 소리가 둔탁한 듯 퉁명스럽지만 왠지 모를 측은함이 묻어난다. 투두둑~, 무엇을 재촉하는 것인지 몰라도 창가를 마구마구 때려 댄다. 빌딩에서 내려다본 행인들의 발걸음은 몹쓸 것이라도 만난 듯 분주해진다.

기억 속 소나기는 기피 대상이 아니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방울에서 알 수 없는 야릇함이나 소녀 같은 감성에 빠져들었다. 경쾌한 리듬에 감성적인 가사가 어우러진 ‘비의 리듬’(Rhythm of the Rain)도 흥얼거린다. 좀더 먼 기억의 소나기는 광활한 놀이터가 됐다. 흠뻑 젖은 채 온 동네를 뛰어다니던 벌거숭이들 모습이 새록새록하다. 학창 시절 읽었던 단편 소설이 아니더라도 소나기는 누구에게나 나름의 아름다운 추억 한두 조각씩을 간직하도록 하지 않았을까.

언제부턴가 소나기는 성가신 존재가 됐다. 대부분 만나기만 하면 반사적으로 피하기 일쑤다. 바닥에서 튕기는 낙숫물에조차 줄행랑이다. 옷이나 신발이 빗물에 젖는 게 싫어졌기 때문인지, 일상이 아닌 것을 싫어하는 막연한 귀찮음인지 아리송하다. 혹여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바짝 말라버린 감성에 촉촉한 물기라도 튈까 봐 걱정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살펴볼 일이다.

2021-07-21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챗GPT의 성(性)적인 대화 허용...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글로벌 AI 서비스 업체들이 성적인 대화, 성애물 등 ‘19금(禁)’ 콘텐츠를 본격 허용하면서 미성년자 접근 제한, 자살·혐오 방지 등 AI 윤리·규제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GPT-4o’의 새 버전 출시 계획을 알리며 성인 이용자에게 허용되는 콘텐츠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19금 대화가 가능해지는 챗GPT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어떤가요?
1. 찬성한다.
2. 반대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