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장터

[길섶에서] 장터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24-08-30 01:45
수정 2024-08-30 01:4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걸어서 45분이면 가는 재래시장은 자주 가려고 한다. 오가며 운동도 되고, 마트에서 맛볼 수 없는 장 보는 재미가 좋다. 품질이야 호불호가 있겠지만 채소나 과일이 대체로 싸다. 그거 하나면 족하다. 그래서 요즘엔 필요한 식재료의 절반은 재래시장에서 조달한다.

옛 시장에 가면 접했던 상인들의 호객이 없어진 것은 요즘 시장의 큰 변화다. 대부분 물건 앞에 가격을 적어 놓은 터라 값을 깎거나 더 달라거나 하는 흥정은 더이상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시끌벅적했던 시장이 조용해진 이유다.

어느 날 우렁찬 50대 사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입담도 보통이 아니다. “오늘 2만 3000원에 한 박스 사온 거 다 팔면 남는 거 하나도 없어.” 옥수수를 들고 거짓말 같은 말을 풀어낸다. 여느 가게보다 사내의 가게 앞에 더 많이 모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부자 동네서 1개 1000원 하는 거, 여기서는 500원, 물건도 최고, 최고!” 다른 가게에서도 팔고 있는 옥수수지만 유독 이 가게에 손님들이 몰린다. ‘부자 동네’에서 파는 똑같은 옥수수를 절반값에 판다는 선전 때문이었을까. 수완이 좋다.
2024-08-30 3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10월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야할까요?
오는 10월 개천절(3일)과 추석(6일), 한글날(9일)이 있는 기간에 10일(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시 열흘간의 황금연휴가 가능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는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 기사를 읽어보고 황금연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1.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야한다.
2.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필요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