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테러 용의자 가족, ‘이방인’의 삶 전전

보스턴테러 용의자 가족, ‘이방인’의 삶 전전

입력 2013-04-22 00:00
수정 2013-04-2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키르기스·체첸·러시아·미국 이리저리 떠돌아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테러의 용의자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와 조하르(19) 형제의 가족이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돈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구한’ 체첸인들의 삶이 재조명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슬람 국가인 체첸에 살던 이들 형제의 할아버지는 2차대전 당시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 때문에 키르기스스탄으로 이주했다.

 러시아는 19세기 체첸을 합병한 이후 민족분열정책의 하나로 체첸인 강제이주 정책을 폈다.

 특히 스탈린은 1944년 체첸인이 독일군에 협력했다며 체첸 주민들을 시베리아와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등으로 강제이주시켰다.

 당시 키르기스스탄으로 옮긴 이들 형제의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형제의 아버지 안조르를 낳아 기르던 중 고철을 줍다 불발탄이 터져 숨졌다고 키르기스스탄의 이웃들은 전했다.

 법학을 공부해 검찰청에서 일하기도 한 안조르는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어린 타메를란 등 가족을 데리고 독립을 선언한 체첸으로 돌아갔다.

 안조르는 1993년 체첸에서 둘째 아들 조하르를 낳았지만 다음해 체첸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러시아와 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키르기스스탄으로 돌아왔다.

 당시 이들 형제의 어머니는 폭탄을 피해 서류 몇 가지만 들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키르기스스탄의 이웃들에게 말했다.

 2차 체첸전쟁이 발발한 1999년 안조르 가족은 다시 키르기스스탄을 떠나 러시아의 이슬람 자치공화국의 하나인 다게스탄으로 이주했다.

 그리고 3년뒤 2002년 안조르는 가족 모두를 데리고 미국으로 옮겼다.

 미국에서 자동차 정비사로 일했던 안조르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키르기스스탄에서 받았던 체첸인으로서의 차별을 피하고 싶어 미국으로 이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 안조르는 아들들이 미국에서 훌륭히 성장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키르기스스탄의 고향 마을을 방문한 안조르는 아들들을 공부시키느라 열심히 일했고 미국에서 아들들이 훌륭히 자랐다며 매우 자랑스러워 했다고 키르기스스탄의 이웃들은 말했다.

 안조르는 지난해 자식들을 미국에 남겨둔채 러시아의 다게스탄 공화국으로 돌아왔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