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서도 진두지휘…협상장 복귀 후 보름간 50여차례 회의
이란과의 역사적인 핵협상 타결을 이끈 주역 가운데 무엇보다 존 케리(72) 미국 국무장관의 ‘목발투혼’이 돋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케리 장관이 대퇴골(넓적다리뼈) 골절이라는 비교적 큰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5월3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되고 있던 핵협상 와중에 잠시 짬을 내 스위스 국경 너머 프랑스 알프스 지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지면서 사고를 당한 것이다.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정도였지만 외신들은 어쨌거나 고령인 케리 장관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을 긴급 뉴스로 타전할 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이란 핵협상 최종시한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었고, 그가 핵협상에 참여하는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의 대표격이라는 점에서 자칫 핵협상 과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이어졌다.
하지만 사고 직후 남은 해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고향 보스턴으로 날아가 수술을 받은 케리 장관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협상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수술 후 케리 장관과 첫 인터뷰를 한 보스턴글로브는 “케리 장관이 병실에 보안 전화선을 깐 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핵협상팀과 수시로 통화하고, 협상 파트너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도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목발을 짚은 채로 지난달 23~24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 등 굵직한 국내 일정을 소화한 케리 장관은 핵협상 시한을 나흘 앞둔 지난달 26일 오스트리아 빈 협상장으로 복귀, 최종 담판에 나섰다.
대(對)이란 무기금수 해제 등 막판 쟁점을 놓고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시한이 6월30일에서 7월7일, 10일, 13일, 14일로 네 차례 연기되는 동안에도 케리 장관은 빈에 남아 보름 동안 매일 자리프 장관과 머리를 맞대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이 기간 케리 장관은 최소 51차례의 회의를 열며 이견을 좁혀 나가는 끈기를 보여줬다고 보스턴글로브는 전했다.
미국 국무장관이 아무리 세계에서 가장 바쁜 외교관 자리라고는 하지만 케리 장관의 이같은 왕성함과 계획한 목표에 ‘올인’하는 집념은 전임자들을 능가한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31일자 기사에서 케리 장관이 취임 후 2년 3개월 간 방문한 국가가 63개국, 해외 체류 일수가 356일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재임 기간의 절반 가까이를 외국에서 보낸 셈이다.
보스턴글로브는 특히 이란 핵협상을 위해 케리 장관이 줄곧 빈에 머문 것을 언급하며 “하나의 이슈 때문에 연속으로 외국에 체류한 기록으로는 1974년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중동 문제로 28일 동안 나가 있었던 것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우크라이나, 시리아, 기타 중동 문제에서 별 성과를 내지 못한 케리 장관이 이란 핵협상 타결로 확실한 업적 쌓기를 이뤘다”고도 덧붙였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