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스캔들’ 탐사보도 파장…“블랙베리·개인서버 금지 거듭된 경고 무시”“7층 집무실서 블랙베리 사용하려다 저지당해, 취임전 자택에 이메일서버 구축” “힐러리와 측근들은 장관 임기내내 블랙베리의 열렬한 중독자들”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탐사취재를 벌여 그녀가 공무에 개인 휴대전화와 이메일 서버를 사용한게 “안보와 투명성에 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결론 내렸다.WP는 문건 수백 건을 검토하고 미 정부 고위인사 10여 명과 인터뷰한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이 비밀 자료를 다루는 법과 규정, 정부기록의 보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또 “클린턴 전 장관이 (자신이 사용해온 개인 휴대전화인) 블랙베리의 보안에 관한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는 동시에 그녀와 최측근 보좌관들이 자택 지하의 개인 서버를 사용함으로써 명백히 보안상 위험을 감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WP는 “매우 초기부터 클린턴 전 장관의 보좌진과 국무부 고위 인사들은 그녀가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려고 하자 오로지 이 뜻을 수용하려고만 했다”고 덧붙였다.
WP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국무장관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 보안금고에 자신의 개인 블랙베리를 보관하기 싫어했다고 한다.
이 신문은 “그녀가 모든 이메일을 개인 블랙베리를 통해 주고받기를 고집했다”며 “그러나 ‘마호가니 로우’(Mahogany Row)로 알려진 보안공간인 7층 집무실에는 블랙베리를 갖고 들어가는 것은 금지됐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그녀의 측근과 국무부 고위 인사들은 블랙베리를 보안공간에 반입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 조치는 국무부 외교안보국을 긴장시켰다. 외국 정보기관이 그녀의 블랙베리를 해킹, 도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클린턴 전 장관의 임기를 한달 앞둔 2009년 2월17일 보안, 정보, 기술 전문가들과 국가안보국(NSA)의 관리 5명이 ‘마호가니 로우’의 회의실에 모였다. 이들은 여기서 클린턴 전 장관의 최측근인 셰릴 밀스 당시 비서실장에게 블랙베리 사용의 위험을 설명한다.
이어 보안담당자들은 이 문제를 재점검했으며 그 결과 “‘마호가니 로우’에서 블랙베리를 사용할 경우 보안의 취약성과 위험은 블랙베리를 사용해 얻을 수 있는 편의를 훨씬 넘어선다”고 메모를 작성했다.
국무부 외교안보국책임자인 에릭 보스웰 당시 차관보는 그 해 3월6일 이 메모를 클린턴 전 장관 측에 전달했다.
결국 클린턴 전 장관은 ‘마호가니 로우’로 블랙베리를 반입하지 않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다른 장소에서는 자신의 블랙베리를 공무에 사용했으며 자택 지하에 설치한 개인 이메일 서버도 폐기하지 않았다.
WP는 “NSA가 보안장치가 갖춰진 휴대전화를 사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는 클린턴 전 장관 측으로부터 ‘현재 기술이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다’, ‘국무부에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 ‘너무 비싸다’ 등의 이유로 처음부터 거부당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클린턴 전 장관과 그녀의 사람들이 국무장관 임기 동안 블랙베리의 ‘열렬한 중독자’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안담당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것은 그녀의 블랙베리가 자택 지하에 설치돼있던 개인 이메일 서버에 연동돼 있었다는 점. 국무부 측은 초기 서버구축 사실을 전혀 몰라 서버를 해킹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11월 국무장관으로 그녀를 지명했을 때 이미 클린턴 전 장관의 자택에는 서버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클린턴 재단’ 업무 등을 보기위해 이미 설치해두었던 것.
남편 빌은 아내가 국무장관에 지명되자 오랜 측근을 시켜 2009년 1월13일 그녀의 개인 이메일 도메인(clintonemail.com)을 등록하고 이 서버를 통해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현재 미 연방수사국(FBI)은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다. 이메일을 통해 비밀자료가 다뤄지는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있는지, 자택에 설치된 개인 서버가 해킹됐는지 등이 핵심이다.
수사 결과는 7월 이후에 나올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148명의 FBI 요원들이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들에 대한 수사에 관여하고 있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고 WP가 한 의원을 인용해 전했다.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미 유력 일간지인 WP가 그녀의 개인 휴대전화 및 이메일 서버 사용이 국가안보와 고위공직자로서 투명성에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결론을 냄에 따라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편의를 위해 개인 이메일 계정을 선택했으며 이는 국무부에 의해 허가됐다”며 “공무와 개인 이메일을 위한 별도의 휴대전화를 갖느니, 1개를 갖고 다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같은 달 민주당 경선주자 토론회에서 그녀는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실수했다”면서도 “그러나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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