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테러용의자 고문하기 전에 벌거벗기고 사진 찍어”

“CIA, 테러용의자 고문하기 전에 벌거벗기고 사진 찍어”

입력 2016-03-29 09:13
수정 2016-03-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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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가디언 보도…‘성적 모욕’ ‘전쟁범죄’ 지적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용의자를 다른 나라에 보내 고문하기 전에 옷을 벗긴 채 사진을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폭로했다.

가디언은 CIA가 9·11 이후 테러 용의자를 수사하는 데 있어 ‘성적 모욕’을 주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기밀 자료로 분류된 이 나체 사진들 속에서 일부 용의자는 눈이 가려지고 손이 묶인 채였으며, 얼굴에 멍자국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또 일부 사진에서는 용의자 옆에 CIA 직원 등으로 보이는 사람이 함께 찍히기도 했다.

사진 속 용의자들은 CIA가 미국보다 더 강도 높은 고문이 가능한 다른 동맹국가로 용의자들을 보내는 이른바 ‘특별 인도’의 대상자들이다.

사실상의 ‘대리 고문’ 내지 ‘하청 고문’인 이러한 특별 인도 대상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빌 클린턴 정권 이후 최소 50명이 이렇게 타국에 보내져 고문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CIA가 나체 사진을 찍는 명목은 용의자를 건네받은 외국 정보기관이 용의자에게 가혹 행위를 할 경우 CIA가 법적·정치적으로 면책받을 수 있도록 근거를 남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 운동가 등은 이것이 성적 모멸감을 주는 것으로 전쟁범죄가 될 수도 있다고 비난한다.

인권의사회의 빈센트 이아코피노 박사는 가디언에 “나체 사진을 찍는 것은 성적 모욕”이라며 “잔인하고 비인간적·모멸적인 대우이며 고문으로 볼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인도주의 이니셔티브의 내대니얼 레이먼드 연구원도 “수감 절차나 수감시설 운영과 무관하게 수감자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것은 제네바협약을 비롯한 법률 위반이 될 수 있다”며 “CIA나 미국 정부가 고의로 용의자의 나체 사진을 찍은 증거가 있으면 당국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4년 12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는 CIA의 테러 용의자 고문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해 큰 파장을 불러온 바 있다.

당시 보고서에도 용의자 특별 인도에 대한 언급이 있긴 했으나 나체 사진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가디언은 또 일부 사진 속 용의자를 식별할 수 있었으나 이들의 안전과 존엄을 위해 신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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