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으로 날려버린 985억원

허공으로 날려버린 985억원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3-31 11:37
수정 2016-03-3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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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 마약 단속국의 스파이 비행기 격납고에서 사장

 관료들의 ‘탁상공론’이 무려 8600만 달러(약 985억원)의 거액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영국 BBC방송은 미 법무부 마약단속국(DEA)이 도입한 ATR 42-500 항공기가 단 한 차례도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장될 운명에 놓였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비행기는 애초 아프가니스탄에서 마약 거래를 단속하기 위해 투입될 예정이었다. 험난한 산맥으로 둘러싸인 지역들을 마구 헤집고 다니면서 특수요원들이 비밀작전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미 국무부가 유럽의 제작사로부터 거액을 들여 수년 전 구입한 것이다.

 구매가는 6790만 달러(약 778억원) 안팎. 성능을 개선한다며 다시 수백만 달러를 들여 보강 작업까지 마쳤다. 하지만 지금까지 델라웨어주에 자리한 미 공군의 격납고를 단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DEA는 운영비를 문제 삼아 인수를 거부하고 있다. 구매 비용 외에도 조종사, 정비공을 훈련시키고, 여분의 부품을 구입하는 데 매년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DEA의 대(對)아프가니스탄 작전은 지난해 말 사실상 종료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DEA 내부에서는 비행기를 인수해 중남미 국가들의 마약조직을 소탕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DEA 관계자는 “역시 비용이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BBC는 미 정부의 대아프가니스탄 작전의 또 다른 실패 사례로 국방부가 주도한 염소 수입을 꼽았다. 미 정부가 고사 위기에 처한 아프가니스탄의 염소 사육산업을 되살린다며 600만 달러(69억원)를 들여 이탈리아산 염소를 대거 수입했다는 것이다. 깊은 고민없이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당연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지인들은 서양 열강을 상징하는 듯한 금발의 털을 지닌 염소들에게 먹이를 주지 않았다.

 이 밖에 멀쩡한 차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아프가니스탄에 주유소를 건립한다며 1억 4300만 달러(1638억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등 다양한 예산 낭비 사례가 최근 미 정부의 감사에서 적발됐다고 BBC는 전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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