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미혼 성관계·동성애 불법’ 형법 개정 논란

인도네시아, ‘미혼 성관계·동성애 불법’ 형법 개정 논란

최병규 기자
입력 2018-01-23 14:31
수정 2018-01-2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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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 성관계와 같은 최장 징역 5년형 .. 차기 대선 앞두고 과격 무슬림 세 확장 분석도

2억 6000만 인구의 87%가 이슬람교도인 인도네시아 정치권이 미혼 남녀의 성관계와 동성애를 전면 불법화하는 형법 개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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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인도네시아 아체주 아체 베사르에서 미혼 남녀의 접촉을 엄격히 금지한 ‘칼르와 조항’을 어긴 한 여성이 모스크 아래 공개석상에서 이슬람 율법에 따라 공개 매질을 받고 있다.  [로이터 자로사진]
지난 2010년 인도네시아 아체주 아체 베사르에서 미혼 남녀의 접촉을 엄격히 금지한 ‘칼르와 조항’을 어긴 한 여성이 모스크 아래 공개석상에서 이슬람 율법에 따라 공개 매질을 받고 있다.
[로이터 자로사진]
23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하원은 지난해 말부터 현행 형법의 ‘불법적 성관계’(zina) 관련 조항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핵심 쟁점은 형법상 처벌되는 성관계의 범위를 간통에서 모든 형태의 혼외정사로 확대할 지 여부다. 현행 인도네시아 형법은 혼외 성관계를 맺을 경우에만 최장 5년 징역에 처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혼전 성관계나 동성애도 같은 법규로 처벌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과잉처벌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지만, 하원에서는 이미 과반수 정당이 이러한 내용의 형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하원은 지난해 말 혼외 성관계를 전면 불법화해 달라는 보수 성향 무슬림 단체의 청원을 헌법재판소가 기각하자 관련 논의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는 온건 이슬람 국가로 분류되지만 최근 들어 원리주의와 종교적 배타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소 무리한 듯 보이는 입법 추진 배경에는 내년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계 기독교도인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일명 아혹) 전 자카르타 주지사가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부정했다는 논란에 휘말려 재선에 실패하는 등 종교가 정치적 무기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무슬림 과격파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은 오른팔로 알려졌던 아혹 전 주지사의 낙마에도 50∼6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적들은 빈민 출신 개혁가인 그에게 비무슬림적 인물이란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시도를 그치지 않고 있다.

현지 정치 전문가들은 조코위 대통령과 여권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슬람계 정당 주도의 종교적 포퓰리즘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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