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 트라왕안 섬에 한국인 70여명 발 묶여…소개작업 중중상자도 최소 200여 명 달해…국제공항은 정상 운영
붕괴된 건물에 대한 수색작업이 완료되면 사상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6일 기자회견을 하고 현지시각으로 전날 오후 7시 46분께 롬복 섬 북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최소 91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전원 현지인으로 알려졌다.
롬복 섬 일대에서는 이외에도 건물 수천동이 무너지거나 파손됐다.
지진으로 인한 사상자는 대부분 진앙지인 북(北) 롬복 리젠시(군·郡)와 서부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규모 7.0의 강진이면서 진원의 깊이가 10㎞에 불과해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의 규모를 6.9로 측정했다.
tvN ‘윤식당’ 촬영지로 유명한 롬복 서쪽 해상 길리 트라왕안 섬 등에서는 아직도 공포에 질린 관광객을 소개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BNPB 대변인은 “선박 세 척을 동원해 길리 트라왕안 섬에서 외국인과 내국인 관광객 200여명을 구조했으나, 아직 700여명이 섬에 남아 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길리 트라왕안 섬의 일부 호텔이 지진으로 손상됐지만,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경찰이 공개한 동영상은 길리 트라왕안 섬 해변에 운집한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구조보트에 태워달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지진 발생 당시 길리 트라왕안 섬에는 최소 70여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되는 대로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 롬복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부두에 버스를 배치하고 담당 영사를 급파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한국인 사상자가 나왔다는 신고는 접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길리 트라왕안 섬과 이웃한 길리 메노 섬에서는 떨어진 건물 파편에 맞아 인도네시아인 관광객 한 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난당국은 지진 발생 지점과 약 50㎞ 떨어진 롬복 섬의 중심 도시 마타람 시내도 피해가 상당했다고 밝혔다.
마타람을 방문 중이던 카시비스완탄 샨무감 싱가포르 법무·내무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진 당시 10층에 있던 호텔 방이 마구 흔들리고 벽에 금이 갔다고 설명했다.
샨무감 장관은 “건물 벽들이 갈라졌고 서 있기가 힘들었다”며 “건물이 흔들리는 와중에 밖으로 나와 계단을 내려왔다. 잠시 정전이 됐고 곳곳에 금이 가고 문들이 떨어져 나갔다”고 전했다.
이날 지진으로 롬복 곳곳에선 정전 사태가 발생했고, 대형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서둘러 건물 밖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은 지진 직후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가 약 40분만에 해제했지만, 해안가 마을 두 곳에선 바닷물이 밀려 올라와 피해를 더했다.
롬복 프라야 국제공항과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은 터미널 건물 내부가 일부 파손됐으나, 활주로 등 핵심 시설에는 피해가 없는 상태다.
현재 두 공항은 모두 정상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일정을 앞당겨 귀국 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당장 마땅한 항공권을 구할 수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중에는 한국인 관광객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지진과 화산 분화가 빈번하다. 2004년에는 규모 9.1의 강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로 인도양 일대에서 약 23만 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진 바 있다.
롬복 섬에선 지난달 29일에도 거의 같은 지점에서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2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