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러시아서 애 못 낳겠다” 아르헨 원정출산 유행…미래 흔들 [우크라 전쟁]

“헬러시아서 애 못 낳겠다” 아르헨 원정출산 유행…미래 흔들 [우크라 전쟁]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1-04 20:42
수정 2023-01-0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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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러시아 등지는 미래세대
노동인구 유출→산업경쟁력 하락→국력 약화

28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도시 볼고그라드의 한 징집센터에서 소집되는 남성이 어린아이를 안은 부인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2022.9.28  AP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도시 볼고그라드의 한 징집센터에서 소집되는 남성이 어린아이를 안은 부인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2022.9.28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후 러시아 부모들 사이에서 아르헨티나 원정출산 붐이 일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모스크바 출신 폴리나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여성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는 “병원에 줄을 서 있는데 내 앞에 러시아 여성이 적어도 8명은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르헨티나 원정출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5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고 매일 12명 이상의 러시아 임신부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다”며 “병원에서는 러시아어로 광고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아르헨티나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도 지난해 러시아인 2000∼2500명이 왔으며, 그중 다수가 출산을 계획하는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르헨티나 원정출산 여성이 올해는 1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러시아 부모 사이에선 과거에도 미국 플로리다 등에서의 원정 출산이 흔했다. 하지만 전쟁 후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아르헨티나가 급부상했다.

전쟁 전까지는 러시아 여권으로 약 80개국을 무비자 방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쟁 후 서방 제재로 유럽연합(EU) 회원국 비자를 받으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등 방문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반면 아르헨티나 국적이 있으면 EU, 영국을 포함해 171개국을 무비자로 갈 수 있고 미국 장기 비자도 그리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또 일단 아이가 태어나 아르헨티나 국적을 받으면 이후 부모의 국적 신청도 어렵지 않다.

폴리나는 “전쟁 직후 임신을 확인했고 국경이 빠르게 막히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쉽게 갈 곳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아르헨티나 여권이 우리 아이에게 문을 많이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조지아간 국경 지역인 베르흐니 라르스에서 28일 국경을 넘으려는 차량들이 긴 줄을 서 있는 가운데 일부 러시아인들이 도보로 국경검문소로 향하고 있다. 2022.9.28  AP 연합뉴스
러시아와 조지아간 국경 지역인 베르흐니 라르스에서 28일 국경을 넘으려는 차량들이 긴 줄을 서 있는 가운데 일부 러시아인들이 도보로 국경검문소로 향하고 있다. 2022.9.28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군 징집을 확대하면서 원정출산 후 돌아가지 않고 남는 우수인력도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산한 빅토리야는 “러시아에선 양질의 서구식 교육이 어려워졌다”며 “징집을 하는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남편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분 동원령 발령 후 약 30만명의 러시아 남성이 국외로 도피한 데 이어 아르헨티나 원정출산 붐까지 일면서, 러시아는 직접노동인력 유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 사이에선 전쟁과 미래를 맞바꾼 러시아의 산업 경쟁력 하락이 곧 국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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