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합병 위협·관세 폭탄 압박
반미 감정 자극한 탓에 민심 결집
트뤼도 때 바닥 친 지지율 뒤집어
카니 “美에 배신당한 충격 벗어나”

오타와 AP 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의 자유당 선거운동본부에서 총선 승리가 확정되자 손뼉을 치며 기뻐하고 있다. 지난달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취임한 그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미국의 위협에 맞서 캐나다가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타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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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자유당은 2015년부터 3연속 승리한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에 이어 4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AP통신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하겠다고 위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캐나다 총선에 놀라운 반전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카니 총리는 29일 오타와 승리 연설에서 “(이번 선거로) 우리는 미국에 배신당한 충격에서 벗어났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결코 교훈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지배하기 위해 무너뜨리려 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표율 99.16% 기준 자유당은 전체 343석 중 과반 의석(172석)에 4석이 모자란 168석, 보수당은 144석을 얻었다. 이 밖에 퀘벡 분리주의 정당 블록 케베쿠아는 23석, 중도 좌파 신민당(NDP)은 7석, 좌파 녹색당은 1석을 차지했다. 의원내각제인 캐나다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다. 자유당은 선거에서 승리했으나 단독 과반에 실패해 연립정부를 꾸려야 한다.
자유당의 4연속 집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인의 반미 감정을 자극하며 벌어진 대이변으로 평가된다. 전임 트뤼도 총리는 추락한 인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궁지에 몰리며 임기를 9개월여 남기고 물러났다. 트뤼도 총리 사임 당시만 해도 보수당 지지율은 자유당을 27% 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던 카니 총리가 자유당 대표로 선출되며 당의 지지율은 오르기 시작했다. 보수당의 피에르 푸알리에브르 대표는 ‘캐나다 트럼프’라는 이미지 때문에 유권자들의 반감을 산 반면 카니 총리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응할 경제 전문가임을 내세운 것이 설득력을 얻었다.
총리직에 오른 지 9일 만에 조기 총선을 소집한 카니의 도박은 성공했지만, 푸알리에브르 대표는 이날 온타리오주 칼튼 지역구에서 패배해 25세에 이 지역에서 처음 당선된 뒤 20년 만에 의원직을 잃었다.
한편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BRICS) 11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브릭스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연합체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미국은 관세를 조건으로 각국에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타협하고 물러선다면 불량배가 더 많이 요구하도록 만들 뿐”이라며 반미 감정을 자극했다.
2025-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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