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한참 흐른 뒤라면 모를까, 뉴질랜드 총기 난사 참극이 벌어진 지 사흘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아내의 목숨을 빼앗은 총기 난사범을 용서했다고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파리드 아흐메드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현장에서 목숨을 간신히 건졌다. 알 누르 모스크 안에서 둘은 남녀 구역에 따로 있었다. 아내 호스네 아흐메드(44)는 총성이 들리자 모스크 밖으로 나갔다가 휠체어에 의지하는 남편을 구하려고 되돌아와 남자 기도 구역 입구에서 흉탄에 스러졌다.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1994년쯤 뉴질랜드로 이주한 그는 끔찍하게도 총기 난사범이 생중계했던 동영상을 통해 아내가 흉탄에 스러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뉴질랜드에서 누려온 다양성과 어울림을 끝장내려고 하지만 그들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더욱더 어울려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가 17일(현지시간) 전한 동영상 인터뷰에 더욱 그의 생각이 잘 표현돼 있다. “총기 난사범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한 인간으로서 그를 사랑하지만 그가 한 일에 대해 유감스럽게도 지지하지는 못하겠다. 그가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는데 그걸 긍정적인 방식으로 바꾸지 못해 잘못된 일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테러 공격을 감행한 이들은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한 그룹을 다른 그룹과 맞서게 만들고 싶어한다. 가령 무슬림을 공격 타깃으로 삼으면, 그들은 무슬림들이 복수를 하게끔 만들려 한다. 그러나 무슬림 지도자들은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된다고 가르친다. 당신네들의 끔찍한 공격 때문에 사람들이 걱정하게 만들고 서로를 미워하게 만드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 난 총기 난사범에게 원한을 품지 않는다. 이미 용서했고 그를 위해 기도할 것이다. 신이 그를 인도해 언젠가 그도 구원받을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