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4조동(약 15조 9000억원) 규모의 횡령 혐의 등을 받는 베트남 부동산 재벌 쯔엉 미 란 회장이 3일(현지시간) 호찌민시 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기일에 출석해 있다. 2024.12.3 AFP 연합뉴스
베트남 정부가 횡령 등 8개 범죄의 최고 형량을 사형에서 종신형으로 낮췄다. 이로 인해 초대형 금융범죄로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규모의 피해를 입힌 부동산 재벌이 목숨을 건지게 됐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베트남 의회는 최고 형량이 사형인 범죄 18가지 중 8가지에 대해 사형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횡령, 정부 전복 행위, 마약 소지, 국가재산 훼손, 간첩 행위, 위조의약품 제조, 평화 위협, 침략전쟁 도발 등 8개 범죄의 최고 형량이 종전 사형에서 종신형으로 낮아졌다.
이들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는 다음달 1일까지 종신형으로 감형된다.

304조동(약 15조 9000억원) 규모의 횡령 혐의 등을 받는 베트남 부동산 재벌 쯔엉 미 란 회장이 11일(현지시간) 호찌민시 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기일에 출석해 있다. 2024.4.11 EPA 연합뉴스
반면 살인, 마약 밀매, 반역, 테러, 아동 성학대 등 10가지 범죄의 최고 형량은 기존과 같이 사형으로 유지된다.
르엉 땀 꽝 공안부 장관은 “현재 사형 제도는 문제가 있으며 일부 경우에서는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상황과 범죄 예방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형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횡령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사형 선고를 받은 부동산 개발업체 반 틴 팟 홀딩스의 쯔엉 미 란(69) 회장도 종신형으로 감형될 예정이다.
란 회장은 2012~2022년 자신이 지배하는 사이공상업은행(SCB)에서 304조동(약 15조 9000억원)을 횡령하는 등 초유의 금융범죄로 지난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SCB를 불법적으로 통제하면서 2500건의 대출을 받아 총 677조동(약 35조 3000억원)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베트남 GDP의 약 6%에 해당하는 규모다.

19일(현지시간) 베트남 국기와 공산당 깃발로 장식된 하노이 오페라하우스 앞을 음료 판매원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5.6.19 AFP 연합뉴스
란 회장은 SCB에 공식적으로는 어떠한 지위도 없었으나, 대리인 명의로 SCB 지분 약 91%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란 회장은 108조동(약 5조 6000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자신의 지하실에 보관하기도 했다.
또 이 과정에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은행 감독 책임자에게 약 70억원 규모의 뇌물을 준 혐의도 있다.
란 회장의 횡령 사건은 베트남의 경제 전망을 약화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한 것으로 지적된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