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방직공장 직원 공장에 방화
“800위안 받지 못해 비극 일어난 것”
네티즌들 공감 불러일으키며 논쟁
교사·의료진도 월급 밀려 불만 고조

2025년 5월 20일 직원들과의 임금 분쟁으로 화재가 발생한 쓰촨성 이빈시 핑산현의 한 섬유공장. 웨이보 캡처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집권과 함께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중국 전역의 노동자 임금 체불로 이어지면서 방화 등 폭력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로 문을 닫는 공장이 늘자 해고된 노동자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 핑산현에 있는 한 방직공장 직원인 원모(27)씨가 800위안(약 15만원)의 월급을 받지 못하자 공장에 불을 질렀다. 방화로 인한 화재가 37시간 동안 계속되면서 수천만 위안의 재산 피해를 낳았고, 온라인에서는 노동권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20일 원씨는 공장에 불을 지르기 직전 미지급 임금을 놓고 고용주와 격렬한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화재 현장에서 체포됐다.
중국 네티즌들은 “병든 어머니를 위해 돈이 급히 필요했던 원씨는 방화와 같은 극단적 방법 말고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단이 없었다”며 그의 처지에 공감을 나타냈다. 800위안을 받지 못해 방화를 저지른 원씨를 ‘800형’이라고 부르며 앞으로 ‘800위안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핑산현 공안당국은 원씨의 지난 3월 월급이 4158위안(79만원)이고 임금이 체불되지 않았다며 “어머니의 사망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반박했다.
앞서 RFA는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의 건설 노동자, 장쑤성 하이먼시 자수공장 노동자 등이 중국 전역에서 임금 체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주로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과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피해를 봤지만 장기 경기침체 여파로 교사, 의사, 간호사 등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산둥성 자오좡시의 계약직 교사들은 월급이 6개월째 밀렸으며, 간쑤성 공립병원의 간호사는 월급이 1300위안(25만원)에 불과한데 4개월째 성과급을 못 받았다고 털어놨다.
2025-05-2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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