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도 전기도 없이 40일 동굴살이…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시계도 전기도 없이 40일 동굴살이…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김정화 기자
입력 2021-04-25 20:42
수정 2021-04-26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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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 나온 佛 고립 실험 참가자들

27~50세 남녀 15명 동굴에서 고립생활
신체시계 의존… 체온·수면패턴 등 분석
코로나 봉쇄 영향 파악하는 데 도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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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롬브리브 동굴에서 전화·시계·햇볕 없이 생활하는 ‘디프 타임’ 실험에 참가했던 27~50세 남성 8명과 여성 7명의 지원자들이 40일 만에 밖으로 나오고 있다. 아리에 AFP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롬브리브 동굴에서 전화·시계·햇볕 없이 생활하는 ‘디프 타임’ 실험에 참가했던 27~50세 남성 8명과 여성 7명의 지원자들이 40일 만에 밖으로 나오고 있다.
아리에 AFP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아리에주에 위치한 롬브리브 동굴. 창백한 얼굴의 한 무리가 밖으로 나오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다소 얼떨떨하지만 밝은 안색에 어둠 속에서 길들여진 눈을 보호하기 위한 특수 안경을 쓴 모습이었다.

이들은 고립된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 ‘디프 타임’(Deep Time)에 참여했다. 시공간 감각을 잃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시험하는 게 연구 목표다. 27~50세로 이뤄진 남녀 15명은 휴대전화나 시계 등 전자기기는 물론 햇빛도 없이 자발적으로 세상과 단절됐다가 40일 만에 밖으로 나왔다.

텐트에서 잠을 자고, 페달 자전거를 이용해 자가 발전하고, 45m 깊이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와 생활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외부와 아무런 접촉을 하지 못했다. 시간의 흐름을 측정할 수 없어 신체 시계와 수면 주기에만 의존했다. 이들은 실험에 앞서 알약 형태의 캡슐을 먹었는데, 이 캡슐 안에 작은 온도계가 내장된 센서가 있어 체온과 수면 패턴 등이 동굴 밖 연구팀에게 전달됐다.

연구 책임자인 크리스티앙 클로는 “동굴 안에서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른 것 같다”고 했다. 그를 포함한 대부분 참가자들은 40일이 아닌 30일 정도 시간이 흐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 참가자는 “며칠 더 동굴에 머물고 싶기도 했지만, 다시 얼굴에 부는 바람을 느끼고 나무 위 새들의 지저귐을 듣자 기뻤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대규모 봉쇄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4-2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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