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도 ‘미투’ 강타…“세계곳곳 사무소에 성폭력 난무”

유엔도 ‘미투’ 강타…“세계곳곳 사무소에 성폭력 난무”

김지수 기자
입력 2018-01-19 09:44
수정 2018-01-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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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직원 15명 성희롱·성폭행 피해 호소…유엔 내 ‘침묵문화’ 만연하고 폭로 땐 보복 우려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유엔까지 뒤흔들 조짐이다.
유엔 본부 건물 [DPA=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엔 본부 건물 [DPA=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8일 ‘유엔에 성희롱과 성폭력 만연’이란 제목의 탐사 보도에서 유엔에서 현재 일하고 있거나 일했던 피해자들의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세계 유엔 사무소 곳곳에서 성희롱과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지만, 피해자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가해자들은 면책권 등을 이용해 지금도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다.

수십 명의 전·현직 유엔 직원들은 유엔 조직 전반에 ‘침묵의 문화’가 존재하며 피해자들을 위한 고충처리 제도에도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이 인터뷰한 피해자 15명은 지난 5년간 성폭력 또는 성희롱을 경험하거나 내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피해 유형은 언어적 성희롱부터 성폭행까지 다양했다.

이 가운데 피해 여성 7명은 공식적으로 피해 사실을 보고했으나 실직과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에 이후의 진행 과정을 거의 파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서 일하다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한 여성 컨설턴트는 “당신이 피해 사실을 보고한다면 경력은 끝났다고 봐도 된다”며 “특히 컨설턴트 신분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각기 다른 사무소에서 근무한 피해 여성 3명은 각자 성희롱과 성폭행을 보고했다가 강제 퇴직을 당하거나 계약 해지 위협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가해자 중에는 현직 유엔 고위급 간부 1명도 포함돼 있다.

한 피해 여성은 “원격지에서 근무할 때 선임 직원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정의가 이뤄질 다른 가능성은 없었고 나는 해고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병원에서 몇 달간 치료를 받았고 고국에 돌아가서는 괴롭힘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또 피해 사실을 입증할 의학적 증거와 목격자 진술도 있었지만, 유엔은 내부 조사를 거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유엔의 내부 조사 방식과 절차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유엔 조사팀이 핵심 목격자의 증언을 확보하지 않은 일도 있었고 오류와 진술 내용이 담긴 보고서 사본이 유출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유엔 기구에서 일할 때 성폭력을 당했다는 한 여성은 감찰관으로부터 탄원 말고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더는 없다고 들었다고 고발했다.

다른 피해 여성 7명은 감찰관 또는 동료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의료 지원이나 상담 기회도 제공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여기에 성폭력 피해에 관해 유엔 내부에 만연한 ‘침묵 문화’와 고위급 유엔 직원들의 외교 면책 특권, 보복 가능성도 문제 제기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유엔은 축소 신고 분위기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성희롱 사건을 우선해서 처리하고 무관용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10개국 이상에서 근무했던 피해자들은 유엔 내부 규정과 직원 신분, 보복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모두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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