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고암 작품 잊혀질까봐 눈물이 핑”

“국내서 고암 작품 잊혀질까봐 눈물이 핑”

입력 2013-04-18 00:00
수정 2013-04-18 00:2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호재 회장, 첫만남 회고… 가나아트 개관 30주년 展

 “세번이었어요. 처음 찾아갔더니 이리 젊은 사람이 화랑 주인일 리 없다 백안시하고, 그래서 당시 서울서 샤갈전하던 포스터 들고 두번째 찾아갔더니 믿을 수 없다 하시고, 세번째 갔더니 2층에서 그간 작업하신 걸 보여주시는데, 잘못하면 이게 잊혀질 지 모른다 싶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나봐요. 그걸 보시고는 그림을 이리 좋아하는 걸 보니 진짜 화랑하는 사람 맞구나라면서 모든 걸 맡겨주셨죠.”

동물그림으로 유명한 사석원 작가 그림 앞에서 작가와의 인연을 설명하는 이호재 회장.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온 작가는 1988년 1t 트럭에다 그간 해온 작업을 싣고 이 회장에게 선보였고, 이 회장은 그림들을 다 사서 지금껏 소장하고 있다. 가나아트 제공
동물그림으로 유명한 사석원 작가 그림 앞에서 작가와의 인연을 설명하는 이호재 회장.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온 작가는 1988년 1t 트럭에다 그간 해온 작업을 싣고 이 회장에게 선보였고, 이 회장은 그림들을 다 사서 지금껏 소장하고 있다. 가나아트 제공
 17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호재(59) 회장은 1985년 고암 이응노(1904~1989)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고했다. 프랑스에서 작업하던 고암은 월북한 아들 문제 때문에 북한 공작원과 만났다가 박정희 정권에 호되게 당했고 그 뒤 프랑스에 살면서 아예 귀화해버린 작가다. 그래서 그 당시 국내에선 금기시된 작가였다. 그 이름을 어렵게 알아내 겨우 프랑스로 찾아간 이 회장이었건만, 고암은 작품을 보자는 이 회장을 두고 ‘고국에 발도 못 붙이게 하더니 화가에게 전부인 작품마저 다 없애려고 이젠 중앙정보부 공작원까지 보냈구나’라고 강하게 의심했다 한다.

 이 회장은 잊혀진 고암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1980년대 민중작가들의 뒤를 봐줬던 이 회장은 이미 충분히 이런저런 경고 메시지를 받았을 때였다. 거기다 고암 전시까지라면 어찌 될 지 모를 상황이었다. 다행히 민주화가 이뤄졌다. “지금도 생생합니다. 전시 개막 테이프 커팅이 1989년 1월 10일 오후에 진행됐는데, 테이프 커팅이 딱 이뤄질 때 그 때 돌아가셨답니다. 사모님이 청소하고 들어오셨는데, 조용히 주무시듯 돌아가셨답니다. 그 얘기를 듣고서는 어찌나 슬프던지.” 민주화 시위대를 형상화했다는 고암의 인물 군상 시리즈는 그렇게 고암이 가던 그 때 새 생명을 얻었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한 건물 2층 작은 공간에서 출발한 가나아트가 개관 30주년을 맞아 ‘컨템포러리 에이지 : 작가와 함께한 30년’전을 연다. 3년 이상 후원하고 개인전을 연 작가의 작품들로 꾸몄다. 고암을 비롯해 오치균, 사석원, 전병현, 권순철, 황재형, 유선태, 박영남, 전수천 등 작가들과 얽힌 인연이 풍성하다. 후원을 위해 일부러 사들인 작품이 많다보니 유명 작가들의 초기작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건 또 하나의 재미거리다. 이 회장은 “지금도 미술시장이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아직 소개 안되고, 대우 못 받는 작가들이 많다”면서 “이런 분들에게 기회를 드리는 게 내 역할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3-04-18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