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동물보다 열등하고 영혼이 없다고?

식물이 동물보다 열등하고 영혼이 없다고?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16-05-20 11:27
수정 2016-05-20 11:2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스테파노 만쿠소, 알레산드라 비올라 지음 ‘매혹하는 식물의 뇌’

예부터 사람들은 식물도 어느 정도 지능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본능에 따라 반응하는 붙박이장 쯤으로 여겼다. 이같은 인간 중심적인 알량한 생각은 찰스 다윈에 이르러 산산조각 난다. 다윈은 “식물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진보한 생물체”라며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인간의 오만을 꼬집었다. 그리고 그가 제시했던 담론, 그러니까 ‘진보한 생물체’로서의 식물의 본질은 까마득한 후배들이 지은 새책 ‘매혹하는 식물의 뇌’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된다.

 인간이 식물을 깔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움직이지 못 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이는 식물을 “동물보다 열등하고 영혼이 없는 존재”라며 노골적으로 낮춰 봤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식물도 운동한다. 인간이 ‘시차’ 때문에 이를 알아채지 못 할 뿐이다. 심지어 운동의 방향성과 목적까지 한 치 오차 없이 설정한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끈끈이주걱 같은 곤충 잡아 먹는 식물 이야기는 익히 들었을 텐데, 이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한술 더 떠 ‘사기 행각’까지 벌이는 고단수의 식물도 있다. 특히 흉내쟁이 난초류에 이런 사기꾼들이 많은데, 책에 따르면 난초류를 통틀어 3분의1 가량이 벌을 기만하며 산다고 한다. 예를들어 오프리스 아피페라는 암벌 흉내를 낸다. 외모는 물론 솜털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복제해 낸다. 암벌 특유의 페로몬을 뿜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야말로 암벌보다 더 암벌스럽게 치장한다. 눈 뒤집힌 수벌이 교미에 나서지만 제대로 될 리 없다. 결국 수벌은 헛물만 잔뜩 켠 채 꽃가루 배달부 노릇만 하고 만다.

움직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들은 “식물이 인간의 오감 외에 열다섯 가지나 더 많은 감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단지 이를 감지하는 눈, 귀 등 형태상의 기관이 없을 뿐이다. 이같은 감각들을 총지휘하는 게 뿌리의 말단, 즉 근단이다. 근단은 인간의 뇌처럼 서로 다른 부위들의 요구사항을 조율하고, 습도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뿌리 뻗을 곳을 결정한다. 이때 뿌리와 뿌리가 네트워크를 이뤄 동물의 뇌신경과 유사한 전기신호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더 놀라운 건 모든 감각들이 전신에 분포돼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한 부분을 잃더라도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한 자리에 고정돼 있기 망정이지, 식물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나무의 정령들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은 고사하고 하마터면 노예로 살 뻔했다.

스테파노 만쿠소, 알레산드라 비올라 지음/양병찬 옮김/행성B이오스/248쪽/1만 6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연예인들의 음주방송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방송인 전현무 씨와 가수 보아 씨가 취중 상태에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요즘 이렇게 유명인들이 SNS 등을 통한 음주방송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음주를 조장하는 등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법 중 하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