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미술 거장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 ‘바디스케이프’… 새달 31일까지 갤러리현대서 개인전
화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오른팔과 왼팔로 선을 그어 작품을 완성하는 이건용 작가의 바디스케이프(76-3) 제작 과정 모습. 갤러리현대 제공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은 1976년부터 신체를 활용한 회화 연작 ‘바디스케이프’(Bodyscape)를 선보여 왔다. 키와 팔다리의 길이 등 자신이 지닌 몸의 한계만큼만 움직이거나 혹은 일부러 신체의 가용 범위를 제한한 상태에서 수행하듯 반복적으로 선을 그리는 행위를 반세기 가까이 꾸준히 지속해 온 것이다. 몸으로 그린 풍경은 천사의 날개처럼 보이기도 하고, 화면을 가득 채운 무지개 같기도 하다.
이건용, Bodyscape 76-2-2021,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227 x 182cm. 갤러리현대 제공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열리는 동명의 개인전에서 작가는 아홉 개 방법론으로 제작한 신작 회화 34점을 선보인다. 개막일인 지난 8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건용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의식이 지시하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신체가 평면을 지각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가의 제작 과정 영상을 보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건용, Bodyscape 76-3-2021,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3 x 162.2cm. 갤러리현대 제공
작가는 “현대미술이 자기중심적으로 나가면서 대중과의 소통이 단절되는 시기가 있었다”면서 “내 작품은 작업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누구나 그릴 수 있다”며 웃었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2021-09-1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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