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식 건축 스민 조선 궁궐… ‘양관’을 들여다보다

서양식 건축 스민 조선 궁궐… ‘양관’을 들여다보다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25-04-27 23:36
수정 2025-04-28 06:0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덕수궁 ‘대한제국 황궁에 선…’展

국새 등 황실 보물 수장고 ‘정관헌’
외교 의례 공간 ‘돈덕전’ 등 재조명
벽돌·유리 등 화재 강한 재료로 지어
정조 아호 인장·승녕부일기도 공개
이미지 확대
덕수궁 정관헌은 왕의 어진을 그리고 봉안했던 곳으로 건립 당시에는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었지만 1933년 덕수궁이 개방되면서 뚫린 모습으로 변형됐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가벽을 세워 변형되기 전 모습을 연출했다.
덕수궁 정관헌은 왕의 어진을 그리고 봉안했던 곳으로 건립 당시에는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었지만 1933년 덕수궁이 개방되면서 뚫린 모습으로 변형됐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가벽을 세워 변형되기 전 모습을 연출했다.


‘덕수궁 정관헌은 고종 황제가 커피를 마시던 공간이었다?’

사실 그런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기록에 따르면 벽돌, 유리 등 상대적으로 화재에 강한 재료를 쓴 정관헌은 국새 등 대한제국 황실의 보물을 간직하던 ‘수장고’이자 왕의 초상화인 어진을 그리고 봉안했던 곳이다.

단순히 서구 문물을 받아들인 것으로 여겨졌던 덕수궁 내 서양식 건물의 역할과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가 찾아왔다. 덕수궁 돈덕전과 정관헌에서 열리는 ‘대한제국 황궁에 선 양관-만나고, 간직하다’다. 양관은 서양식으로 지은 건물을 뜻하는 말로 양옥의 다른 말이다.

조선은 1876년 개항과 함께 외국의 새로운 문물을 배우기 위한 사절단을 파견하며 서양의 건축 기법과 재료를 접하게 됐다. 목조로 된 전각이 가득한 궁궐에서 화재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조선 왕실은 서양식 건축물이 화재에 강하고 구조적으로 견고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덕수궁 평성문 곁에 서면 수령이 350년 넘은 회화나무 뒤로 붉은 벽돌과 자두꽃 문양으로 난간을 장식한 돈덕전이 보인다.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뇌록색(단청색 중 하나로 중간 명도의 탁한 녹색)의 꽃문양은 봄 햇살을 받아 더욱 빛이 난다. 돈덕전은 대한제국 선포 5년 뒤인 1902년 고종의 즉위 40주년을 기념하는 칭경예식을 위해 건립됐지만 정작 전염병 창궐, 러일 전쟁 발발 등으로 예식이 열리지 못했다. 돈덕전 1층은 외교 사절 접견과 만찬 장소로 활용됐으며 2층은 주요 사절의 숙소로 사용됐다.

이미지 확대
뇌록색 난간과 창틀이 인상적인 돈덕전의 모습.
뇌록색 난간과 창틀이 인상적인 돈덕전의 모습.


돈덕전 1층 폐현실에 들어서면 고증 자료 부족으로 완벽히 재현하진 못했지만 높은 단 위에 황룡포를 입은 고종의 모습과 양옆 원기둥 사이에 근대 복식을 갖춘 신하들의 모습이 구현돼 있다. 또 돈덕전에서 거행된 순종 즉위식장 배치도가 실린 ‘대황제폐하즉예식의주’가 전시됐다. 1904년 외국 사절이 황제를 만나기 전에 대기하던 공간인 휴게실 모습을 담은 사진도 이번 전시에 처음 나왔다.

전시에서는 정조의 아호인 ‘극’을 새긴 인장과 정관헌에 보관됐던 ‘대군주보’, ‘순정효황후 황후 추봉 금책’, ‘영친왕 황태자 책봉 금보’, 순헌황귀비가 정관헌을 ‘존경하여 받드는 곳’이라 밝힌 기록이 담긴 ‘승녕부일기’ 등도 공개됐다.

이미지 확대
특별전 ‘대한제국 황궁에 선 양관-만나고, 간직하다’가 열리고 있는 돈덕전 내부 모습. 과거 정관헌에 보관됐던 대군주보, 영친왕 황태자 책봉 금보, 순정효황후 황후 추봉 금책 등이 전시돼 있다.
특별전 ‘대한제국 황궁에 선 양관-만나고, 간직하다’가 열리고 있는 돈덕전 내부 모습. 과거 정관헌에 보관됐던 대군주보, 영친왕 황태자 책봉 금보, 순정효황후 황후 추봉 금책 등이 전시돼 있다.


궁내 오솔길을 따라 정관헌으로 이동하면 사방을 벽으로 두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본래 정관헌은 보물을 보관하던 곳인 만큼 사방이 벽이었는데 1933년 공원화 과정에서 벽체를 헐어 사방이 트여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관헌에 가벽을 세워 변형되기 이전의 모습을 연출했다.

홍현도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 학예연구사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스스로의 길을 모색하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의지가 담긴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덕수궁의 양관이 되새겨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7월 13일까지.
2025-04-28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