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역사’를 쓰는 소수자들

‘反역사’를 쓰는 소수자들

입력 2010-01-30 00:00
수정 2010-01-3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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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공간 】 이진경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이 책에 우리가 아는 ‘역사’는 사실상 없다. ‘역사의 공간’(이진경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이란 제목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저자는 힘과 주류의 논리를 앞세워 대신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하고, 대표할 수 없는 것을 대표하겠다는 일련의 시도들이 스스로 ‘역사’임을 강변해왔다고 판단한다.

이런 ‘역사’ 속에서 국민적, 혹은 세계사적 보편성을 갖지 못한 소수자들의 역사와 그들의 삶은 망각되고 지워진다. 따라서 보편적 역사, 즉 하나의 진실로만 귀결된 단수의 역사를 쓴다는 것은 소수자들의 삶을 망각의 어둠 속에 밀어넣는 한편, 소수자의 역사를 지우는 행위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소수자들 역시 자신의 이야기와 역사를 쓸 수 있다. 다수자에게 통합된 하나의 시간 이면에 또 다른 시간들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이 “역사라는 이름으로 강제되는 기억에 대한 ‘반-기억’(counter-memory)이고, 보편성의 형식으로 주어지는 역사를 거부하는 ‘반-역사’(counter-history)”라고 명명한다. 저자는 ‘반-기억’과 ‘반-역사‘를 공론의 장에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독립신문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는가 하면, 대한매일신보의 행간을 들쑤셔 철저히 해체한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외쳤던 ‘가족계획 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가 목표로 했던 경제성장 속도와 그에 필요한 인구의 감소를 위해 “국가가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인)가족생활 자체를 특정한 방식으로 조절하고 통제했다.”고 저자는 인식한다. 결국 이 책은 역사에 관한 것보다는 ‘역사의 정치학’, 혹은 ‘정치적 관점에서 본 역사’를 다뤘다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이 책이 갖는 덕목은 지나온 길들을 되짚어 보는 새로운 방법, 그리고 획일화되지 않은 사유의 새로운 준거 틀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2만 3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10-01-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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