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이 모두 각자의 가방 속에 들어 있는 동네가 있다. 어떤 아빠는 최고급 가죽 가방에, 어떤 아빠는 플라스틱 가방에 들어 있다. 아이들은 아빠가 든 가방을 돌본다. 하루 세 번 지퍼가 열리면 각설탕을 밥으로 드린다. 들판에선 가방을 뛰어넘으며 논다. 아빠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어느 날 낯선 아이가 ‘가방 밖으로 나온 아빠’와 함께 마을을 찾는다. 그러고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마을의 아빠들은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고 맛있는 요리도 해 준다고. 처음엔 공포스러웠던 ‘가방 밖의 아빠’와 노는 재미에 흠뻑 빠진 아이들은 난생 처음 끔찍한 제안을 한다. ‘아버지 가방에서 아버지를 꺼내자’고. 아빠들은 가방 밖으로 순순히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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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간단하게 지우는 기묘한 이야기 5편이 한데 담겼다. 주목받는 신인 동화 작가 송미경의 동화집 ‘어떤 아이가’다. 쇼핑몰 모델을 시킨답시고 아이의 성장까지 막으려는 엄마 때문에 소녀는 차라리 토끼 인형이 되고 만다(귀여웠던 로라는). 몸이 없는 채로 태어난 나를 알아보는 엄마, 하지만 외할머니는 그런 엄마를 정신병원으로 데려가려 한다(없는 나). 문재는 어느 날 툭 떨어진 쪽지를 보고 가족 사이에 낯선 아이가 섞여 살았다는 걸 깨닫는다(어떤 아이가).
작가는 익숙한 대상과 공간을 순식간에 낯설게 하면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인다. 어른들의 비뚤어진 욕망에 상처받는 아이들을 독창적인 설정으로 비춘다. 이야기의 뒷맛은 통렬하거나 쓸쓸하거나 슬프거나 따스하다. 동화마다 다른 분위기에 맞춰 화법과 색채를 달리한 일러스트의 개성이 돋보인다. 초등 고학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08-3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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