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속 이미지] 마지막까지 내 곁에 있어줘

[그 책속 이미지] 마지막까지 내 곁에 있어줘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8-01-19 22:32
수정 2018-01-1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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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트너 부부의 여행/지뷜레 펜트 글·사진/이주민 역/120쪽/1만 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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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트너 부부의 2008년 여름 여행은 지금까지 여행들과 조금 달랐다. 부인 엘케 게르트너가 치매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 로타어 게르트너는 부부의 여행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사진작가 지뷜레 펜트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 줬다.

부부는 독일 남부 뮐바흐를 출발해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1년 정도 다녔다. 리투아니아 네무나스 강에서의 포옹처럼 아름다운 순간들이 필름에 담겼다. 엘케는 두 손을 꼭 모은 채 기도하듯 로타어의 품에 안겼고, 로타어는 그런 엘케를 더없이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마치 이 세상에 단둘만 있는 것처럼.

사진집 ‘게르트너 부부의 여행’(클)은 부부의 마지막 여행 기록으로 남았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온 지 두 달 뒤에 엘케가 뒤로 넘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2주 후 남편을 두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생전 엘케는 치매가 심해지면서 말하는 능력을 잃었고, 작은 수첩에 짧은 메모를 적어 건네는 식으로 남편과 소통했다. 엘케가 떠나고 남겨진 로타어가 메모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부인이 자신의 마음을 힘껏 담아 쓴 메모에는 같은 글귀가 세 번이나 적혀 있었다.

Ich will, dass du bist.(내 곁에 있어줘)

Ich will, dass du bist.(내 곁에 있어줘)

Ich will, dass du bist.(내 곁에 있어줘)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8-01-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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