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마음을 흔든 조선의 서신 12편

상대 마음을 흔든 조선의 서신 12편

김성호 기자
입력 2018-07-26 17:42
수정 2018-07-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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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처럼 소통하라/정창권 지음/사우/268쪽/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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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소외와 비인간화의 걱정이 범람한다. 진정한 소통의 부재 탓이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나’ 중심의 말·글 쓰기며 진정성 없는 내뱉기식 짧은 대화. 책은 옛 사람들의 편지를 통해 왜곡된 소통의 의미를 되짚는다. 정조, 이순신, 박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신분의 조선시대 인물 12명이 쓴 편지가 텍스트이다.

이들의 편지를 통해 전해지는 메시지는 이렇게 꿰어진다. 배려와 이해심, 솔직함, 그리고 정성이다.

그중에서도 정조는 솔직한 ‘편지 정치’의 달인이라 할 만하다. 정적마저 내 편으로 만들었던 ‘포용의 왕’ 정조. 그는 격식 없는 말투로 신하들에게 편지를 자주 썼다. 1797년 4월 10일 반대파인 노론벽파 심환지에게 쓴 편지를 보자. “‘이 떡 먹고 이 말 말아라’라는 속담을 다시금 명심하는 것이 어떠한가” “경은 과연 생각없는 늙은이라 하겠다. 너무 답답하다”. 정조의 편지에선 특히 비속어며 요즘 흔한 ‘ㅋㅋ’과 같은 껄껄(呵呵·가가)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속담과 비속어, 유머를 거침없이 써 적대적 관계의 신하 마음까지 사로잡았던 것이다.

15세기 중반~16세기 초엽의 군관 나신걸이 아내에게 쓴 편지도 흥미롭다. “집에도 다녀가지 못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울고 가네.” 요즘 부부보다 더 솔직한 애정 표현이다. ‘하소’, ‘하네’라는 거듭된 경어체에선 아내 존중이 물씬 풍긴다. 심지어 편지 끝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아내에게 올립니다.’

이순신 장군은 정성어린 표현으로 상대를 감동적으로 설득하는 데 달인이었다. 체찰사 이원익에게 보낸 휴가 요청 편지에선 이렇게 쓰고 있다. “장수로서의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항상 걱정만 할 뿐 벌써 3년째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어머니를 뵙지 못하면 다시는 모실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이원익은 진솔하고 애틋한 편지에 감동받아 휴가를 허락했다고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8-07-27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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