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안 해”였다. 엄마가 “밥 먹자~” 하면 “안 해!”, “학교 가자~” 해도 “안 해!” 정말로 안 하겠다기보다는 그저 어깃장 놓는 게 취미였던 거 같은데, 세상 너처럼 말 안 듣는 아이가 없었다고 지금도 엄마는 회상한다.
그러다 막상 친구로부터 “안 해”를 들으면 세상 슬펐다. 가장 윗길로는 “너랑 친구 안 해”가 있었다. 그 말을 들으면 억울해서 눈을 껌벅이면서도 꾸역꾸역 친구의 바람대로 움직이게 됐다.
그림책 ‘공평하지 않아!’의 단짝 친구 시몽과 페르디낭은 커다란 종이상자로 비행기를 만들었다. 그러다 시몽이 잔뜩 화가 났다. 펜, 쿠션, 종이접시까지 재료를 가져오라고 페르디낭이 자꾸 시켰기 때문이다. “왜 계속 나만 찾아와야 해?” 따지는 시몽에게 페르디낭은 말한다. “네가 안 하면, 난 너랑 친구 안 할 거니까.”
그날 밤 비명을 지르며 악몽까지 꾼 시몽. “이건 공평하지 않아!”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깬 시몽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동생 에드몽은 말한다. “그럼 나는 페르디낭 형이랑 친구 안 해!” 다음날 시몽은 이날도 “네가 술래 안 하면, 너랑 친구 안 해!”를 외치는 페르디낭에게 동생에게 배운 ‘신의 한 수’를 시전한다. “나도 너 같은 애랑 친구 안 해!”
이거, 가만 보니 실용서다. 어른들 말로 풀면 ‘습관적으로 절교를 말하는 친구에게 대처하는 자세’쯤 될까.이름조차 아이들 취향 저격인 ‘까까똥꼬 시몽’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책이다. 단순하지만 풍부한 감정을 가진 아기토끼 시몽으로 프랑스에서 인기를 누리는 시리즈다. 에드몽의 절묘한 한 수는 어른들도 써먹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씨하고는 앞으로 일 못해!”, “나도 당신 같은 상사하고 일 안 해!” 하는 식이다. 마음껏 활용해도 되지만, 결과는 장담 못함.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8-09-21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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