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가 말한 건 사랑과 연민”

“도스토옙스키가 말한 건 사랑과 연민”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5-07-08 01:04
수정 2025-07-0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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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장편 완역한 김정아 번역가

한국서 처음… 영미권서도 드물어
‘카라마조프가…’는 고해성사 같아
너무 울어 눈 나빠져 안과 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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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을 완역한 김정아 번역가가 자신이 번역한 책을 앞에 두고 환하게 웃고 있다. 편역본을 포함해 ‘죄와 벌’부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완역까지 총 10년이 걸렸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제공
국내 최초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을 완역한 김정아 번역가가 자신이 번역한 책을 앞에 두고 환하게 웃고 있다. 편역본을 포함해 ‘죄와 벌’부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완역까지 총 10년이 걸렸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제공


“도스토옙스키가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바로 사랑과 연민입니다. 타자를 향한 공감 능력을 잃어 가는 오늘날 세계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죠.”

‘죄와 벌’, ‘백치’, ‘악령’ 그리고 마지막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 러시아 대문호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가로 꼽히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4대 장편 소설을 10년 만에 완역한 김정아(56) 번역가는 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을 한 사람이 옮기는 것은 한국 최초일 뿐만 아니라 영미권을 비롯해 러시아문학 연구가 진척된 곳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다. 김 번역가는 서울대 노어노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러시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문학 연구가이자 패션 회사 ‘스페이스눌’의 대표이사다. 문학과 패션. 서로 동떨어진 분야 같지만 그는 “패션을 바라볼 때 항상 인문학자의 태도로 접근한다”고 했다. 그의 번역본은 모두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에서 출간됐다.

“도스토옙스키가 마지막으로 남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번역하면서 가장 힘들었어요. 죽음을 앞두고 신에게 가기 직전에 하는 ‘고해성사’ 같았거든요. 읽으면서 너무 눈물이 났어요. 눈이 안 좋아져서 안과에 갔더니 의사가 ‘한 달간 울지 마세요’라고 처방하더라고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한국어 번역본을 기준으로 600쪽짜리 세 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지만 한번 빠져들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어려운 흡인력을 자랑한다. 소설의 한 장을 차지하는 ‘대심문관’ 이야기는 인간과 종교의 본질을 꿰뚫는 작가의 통찰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김 번역가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하며 “신에 반항하는 작가의 ‘이성적 자아’가 표현된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소설 속 등장인물 중 하나인 조시마 장로의 말에 도스토옙스키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지옥은 ‘사랑할 수 없는 고통’이 만연한 곳입니다. 사랑은 곧 연민이고, 연민은 함께 아파한다는 것이죠. 연민이 없으면 우리도, 인류도 존재할 수 없을 겁니다.”
2025-07-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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