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서초동(우면산의 가을)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1회 정동(대한제국을 기억하며)편과 제22회 서초동(우면산의 가을)편이 2회 연속 진행됐다. 추석 연휴 특별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이번 미래투어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6일 정동과 덕수궁 일대, 29일은 서초동 우면산 일대에서 각각 열렸다. 한가위 연휴와 맞물린 황금주말을 맞아 서울미래유산의 향기를 맡고자 하는 참가자들이 대거 몰렸다. 사전 온라인 예약이 일주일 전에 매진돼 준비한 오디오 가이드시스템 40개가 동났다. 예약 없이 현장을 찾아온 러시아와 루마니아 출신의 금발머리 외국인 여학생 2명은 진행자가 양보한 이어폰을 사이좋게 사용했다. 2회 차를 1개 지면에 갈무리했다.
우면산 둘레길에 개미취가 지천으로 피어 깊어 가는 가을을 절감하게 한다. 시인 안도현이 시 ‘무식한 놈’에서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절교를 선언했듯 개미취와 쑥부쟁이, 구절초는 보통 들국화라고 통칭되고 있다.
예술의 전당을 대표하는 오페라하우스(중앙)와 음악당(왼쪽)이 마치 갓과 부채 모양으로 보인다. 오른쪽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 캠퍼스다. 전통 디자인을 강조하려다 양복 정장에 갓을 쓰고, 부채를 든 격이라는 비웃음을 샀다.
국립국악원 실내공연장 예악당 로비에 설치된 건고(建鼓). 네 마리의 호랑이가 십자형 발을 형성하고 있고, 꼭대기에 학이 날갯짓을 하는 이 큰 북은 합주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희귀한 국악기 중 하나다.
서울미래유산인 국립국악원 야외 연희마당에서 ‘전국초등학교꿈나무 국악관현악 축제’ 예행연습이 열리고 있다.
2011년 7월 27일을 기억하는가. 300㎜가 넘는 1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지자 우면산이 무너졌다. 산사태로 18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대피한 이 사건을 두고 ‘우면산의 복수’라는 말이 나돌았다. 경부고속도로와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남부순환로가 산줄기를 절단, 분리했고 터널이 관통했다. 예술의 전당을 비롯해 서울시소방학교, 서울시인재개발원, 국민임대주택단지 등이 온통 헤집어 놓았다. 무분별한 등산로 개발도 한몫했다. 쉽게 부서지는 지질에 심각한 단층 손상을 입은 것이다. 우면산 등산로 곳곳에는 인공계곡과 나무다리가 유달리 많이 눈에 띈다. 큰 비가 와도 흙더미가 휩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콘크리트로 계곡을 파서 사방공사를 한 아픈 상처다.
우면산 둘레길에는 가을꽃인 들국화가 만발해 깊어 가는 가을을 실감하게 했다. 우리는 보통 들국화라고 뭉뚱그려 부르지만 들국화는 크게 구절초, 개미취, 쑥부쟁이로 구별된다. 안도현 시인은 ‘무식한 놈’이라는 시에서 “쑥부쟁이와 구절초를/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라고 스스로를 타박했다. 우면산 들국화는 개미취여서 다행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일정:서울의 문학2(이상의 날개)
●일시:10월 6일(토) 오전 10시~낮 12시
●집결장소:사직동주민센터 앞(지하철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서 300m 직진)
●신청(무료):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2018-10-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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