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탈고 뒷얘기

마르크스 탈고 뒷얘기

입력 2010-08-02 00:00
수정 2010-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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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몇 쪽은 서서 집필

‘자본’은 마르크스가 정치경제학 연구에 착수한 지 거의 20년 만에 내놓은 미완의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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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7년 발간된 ‘자본’ 초판 표지.
1867년 발간된 ‘자본’ 초판 표지.
1867년 마르크스가 직접 탈고한 책은 1권뿐이고, 2권과 3권은 엥겔스가 마르크스의 원고를 모아 사후에 엮은 것이다. ‘자본’의 기본 구상이 이루어진 1850년대 말에서 1860년대 초 사이, 마르크스는 스스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친 사람’처럼 연구와 집필에 몰두했다.

하지만 집필 환경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망명지에서의 생활고 때문에 자식도 잃었고, 약한 폐와 엉덩이 종기로 집필을 중단하기도 했다. ‘자본’의 마지막 몇 페이지는 종기 때문에 아예 일어서서 썼다고 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그의 아내도 감탄할 만한 유쾌한 정신의 소유자였다. ‘자본’ 집필을 마친 후 그는 원고를 직접 함부르크에 있는 출판사에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입고 갈 옷과 시계가 전당포에 있었다. 정작 원고는 썼는데 옷이 전당포에 있어 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는 마르크스의 처신을 통해 볼 때, 비극이기보다는 가난한 자의 코믹한 일상에 가까웠던 것 같다. 마르크스는 엥겔스에게 돈을 받아 전당포에 감으로써 ‘자본’ 출판의 첫 번째 실무를 수행했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긴 뒤 교정지를 받기까지 한 달 동안, 마르크스는 자신의 팬이었던 쿠겔만의 집에 머물렀다. 거기서 그는 온갖 익살과 농담, 박식을 뽐내며 쿠겔만의 가족과 이웃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는 사람들을 즐겼고 사람들은 그를 즐겼다. 그 와중에 비스마르크가 보낸 사절이 와서 독일을 위해 그의 두뇌를 써줄 수는 없는지 묻기도 했다.

그런데 유머를 잃지 않던 그가 딱 한 번 분노를 터뜨린 적이 있다고 한다. 어느 방문객이 ‘공산주의에서는 누가 구두를 닦느냐.’고 물었을 때였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쏘아붙였다. “당신이 닦으쇼.” 쿠겔만 부인이 마르크스 같은 귀족적 인물이 평등사회에서 살아갈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하자 그는 말했다. “나도 상상할 수 없소. 그런 시대가 반드시 오겠지만, 그 때 우리는 이미 세상에 없을 거요.”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2010-08-0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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