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이정현 당회의 불참…”여야도 구분 못하나””복지·증세 비판은 인적쇄신 요구보다 더 나빠”
새누리당 친박 주류측이 새 원내지도부 선출 이틀만에 사실상 폭발했다.비주류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증세없는 복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 복지 구조조정 혹은 ‘중부담 중복지’로의 좌표 이동 여부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나선지 하루만이다.
복지와 증세 문제를 둘러싸고 당청간, 여권내 주류와 비주류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친박 핵심인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아예 불참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2일 유 원내대표가 당선되고 처음 열린 당의 공식 행사였다.
전임 이완구 총리 후보자 내정 직후인 지난달 2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서 최고위원이 직접 참석해 총리 지명을 축하한 것과 대비된다.
주류측에선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문제삼는 와중에 주류측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이 나서 이를 반박하면 그야말로 여당내 계파갈등이 정면 충돌로 치닫기 때문에 일단 몸을 낮춘 것이라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작심한 당무 ‘보이콧’이라는 것이다.
공개 발언은 자제했지만 주류측에선 ‘KY(김무성·유승민)’ 라인을 겨냥한 정제되지 않은 ‘돌직구’ 비판이 말그대로 분출했다.
한 친박 중진은 “지금 우리가 의원 내각제에 살고 있느냐. 원내대표가 대통령이냐”면서 “정권교체 상황도 아닌데, 자기 마음대로 정책을 다 바꾼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주류 지도부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이 중진은 또 “박근혜 대통령은 초지일관 경제살리기를 통해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는데, 지금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증세해서 복지하자는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가 있느냐”며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여당이 뒷받침하고 야당을 막아줘야지, 대통령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게 어떻게 여당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친박 핵심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지난 2년이 실패했다는 말을 어떻게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할 수 있느냐”며 “사실상 지금 지도부가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흔들어서 지금 같은 지지율 하락을 주도한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주류측은 특히 인적쇄신과 같은 문제에 대해선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할지 몰라도 증세와 복지는 박 대통령의 통치 철학과 직결되는 정책기조의 문제인데 여당 지도부에서부터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 공약 성안에 깊게 관여한 친박 인사는 “인적쇄신 같은 요구야 강하게 할 수 있고 그 자체로 여당의 건강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복지와 세금에 관한 문제는 박 대통령의 일관된 통치 철학의 문제”라며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만 여당 지도부가 밖에서 대포쏘는 식으로 비판해서야 문제가 풀리겠느냐”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복지 논쟁을 하는 자체가 한가한 일이고, 대응해봤자 논란만 키우는 일”이라며 “국회에서 기본적으로 할 일도 안하고 경제살리기 법도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지금 이럴 여유가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기본적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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