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비대위·혁신위 원점 재검토…부수고 다시 지어야”
새누리당에서 지난 17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개최가 불발돼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출범이 무산된 뒤 계파 간 갈등이 계속 내연하는 양상이다.정진석 원내대표가 지역구 ‘칩거’를 하루만에 풀고 상경하고 20일 중진 회동을 열어 해법 마련을 모색하며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외곽에서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의 ‘언쟁’은 이어지고 있다.
파국은 안된다는 심경으로 출구는 모색하면서도, 정치적 책임 추궁에서는 한치도 밀리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서는 비박(비박근혜)계 일색인 비대위 및 혁신위원장 인선에 대해 “아예 새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맞서 비박계는 계파문제로 4·13총선에서 참패를 거둔 마당에 친박이 또다시 갈등을 부추긴다며 “계파 망령을 떨쳐야 당이 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홍철호 의원은 19일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 인선 원점 재검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총선에서 거의 폭격을 맞고 집이 반파가 됐다. 그런데 급하다고 이것을 리모델링해서 다시 쓰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심기일전을 해서 손을 보는 수준이 아니라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우리가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분, 훌륭한 분을 모셔오는 일에 본인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친박계 재선 당선인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추인을 못 받았는데 그런 사람이 임명한 사람들이 어떻게 비대위원으로 임명되겠느냐”면서 “모두 백지화가 됐다. 어짜피 새판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은 통화에서 “계파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선을 뛰어넘어 계파를 초월한 그런 혁신을 해야 한다”면서 “지금 당의 과도기적 상황에서 정 원내대표가 계파를 초월한 그런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본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박계는 계파패권주의에 젖은 친박계의 행보가 오히려 ‘계파청산’이라는 당의 혁신과제에 걸림돌이 된다며 날을 세웠다.
애초 비대위원으로 내정됐던 김영우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당이 단합해도 시원치 않은 판에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들어 놓고 흔드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친박계 의원들이 내정된 비대위원 중 특정인들을 지목해 교체를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계파 문제를 거론하며 비토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지도부가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며 “계파의 망령을 거둬내지 않으면 당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4·13 총선 심판의 의미가 뭔지를 망각하고 있다”면서 “당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 첫 번째가 계파청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한 비대위와 혁신위를 만들면서 계파 안배가 잘못됐으니 다시 하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당 상황에 대해 “정말 소탐대실의 형태”라면서 “아무리 부부싸움을 해도 해서는 될 말이 있고 안 될 말이 있는데 당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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