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제 홍보하던 고위급 외교관도 탈북…엘리트층 동요하나

北체제 홍보하던 고위급 외교관도 탈북…엘리트층 동요하나

입력 2016-08-17 15:58
수정 2016-08-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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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언론 “주영공사 태용호 망명”…탈북외교관 중 최고위급해외 근무 엘리트 탈북 도미노 가능성…전문가 “대북제재 영향”朴대통령 北권력층-주민 분리전략, 北 엘리트 동요 고려했나

가족과 함께 제3국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태용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으로 꼽힌다.

특히, 태용호는 북한 체제를 서방 세계에 홍보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망명이 김정은 정권에 주는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17일 태용호의 망명 여부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주영 북한대사관의 공사는 해당 공관의 2인자로 국장급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참사관이나 서기관급이 탈북한 적은 있지만, 국장급 외교관의 망명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태용호 공사는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통상 외교관 근무 기간이 3년인 점을 고려할 때 출신 성분이 좋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영국 공관은 북한 엘리트 외교관들이 부임하는 곳으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5년 동안 주영 북한대사로 근무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태용호의 망명 보도에 대해 “만일 부대사급이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면 탈북 외교관 중에는 최고위급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태용호의 망명은 대북제재 국면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제재를 시행하면서 해외 근무 북한 엘리트층이 동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닝보(寧波)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지난 4월 7일 입국한 데 이어 중국 산시(陝西)성 소재 한 북한식당에서 탈출한 여성 종업원 3명이 탈출해 6월 말 국내에 들어왔다.

해외식당 종업원은 북한 내 중산층 이상으로 출신 성분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입국한 탈북민은 815명(잠정치)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6% 증가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소장은 “탈북민 면접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에 있을 때 생활 수준이 중상층 이상이었다는 답변의 비율이 몇 년 전부터 상승하고 있었다”며 “최근에는 엘리트층의 탈북이 늘어나면서 중상층 이상이라는 답변 비율이 더 올라갔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통일부의 위탁을 받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북한인권 실태 관련 탈북민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윤 소장은 “특히, 해외파견 인력의 탈북 사례는 과거에는 연간 1~2명 수준이었는데 올해 들어 확 늘었다”며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장 실장도 태 공사의 탈북 배경에 대해 “대북 제재국면에서 서방 세계의 압박을 받으니 심리적 압박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영국에 있으면 서방 세계의 북한에 대한 비난을 접할 기회가 많았을 것이고, 그것 때문에 심리적 갈등을 빚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김정은을 표적으로 하는 인권제재까지 미국에서 나왔으니 북한에 대한 인권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을 홍보하는 위치에 있었다면 갈등이 예전보다 커졌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태용호가 올여름 본국 소환을 앞두고 자식의 미래를 위해 탈북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태용호의 아들은 태용호와 함께 영국에 거주하면서 현지 한 대학에서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해외 나가 있는 외교관의 경우에는 사실 오래 있다가 보면 생각이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 자녀의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서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해서 망명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북한의 젊은이들이 남한 드라마 등을 보면서 남한을 동경해 자식이 먼저 탈북하고 부모가 이어서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아울러 태용호의 제3국 망명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북한의 핵심 권력층과 간부 및 주민을 분리하는 방침을 시사한 직후 공개돼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8·15 경축사를 통해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간부와 주민을 향해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한 것은 북한 엘리트층이 동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본국 상납 압박이 커진 외화벌이 일꾼을 비롯해 다양한 직군의 북한 인사들이 탈북 행렬에 가담할 것으로 보인다.

정준희 통일부는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이전처럼 특정집단이라기보다 지금은 좀 다양한 직업군에서 탈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고, 그것도 이제 빈도도 조금씩 더 높아지는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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