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매우 유감” 밝혀…北, 南언론 탓했지만 다른 이유 가능성
북한이 2월 4일로 예정됐던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행사를 닷새 앞두고 29일 밤 이를 취소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북한이 남북 간 합의사항에 대해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한 것은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사안으로만 벌써 두 번째다.
북한은 지난 19일 오전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 공연을 위한 사전 점검단을 20일에 파견한다고 했다가 당일 밤늦게 아무런 설명 없이 이를 ‘중지’한다고 일방 통보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이튿날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 사전 점검단 파견 중지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하기는 했지만, 정상적인 관계라면 있을 수 없는 북한의 일방적인 중지 통보에 유감 등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예술단 사전 점검단을 결국 하루 늦은 21일 파견했지만 일방 중지 통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그러나 이번엔 정부 대응이 달랐다.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어렵게 남북관계 개선에 첫발을 뗀 상황에서 남과 북 모두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한 사항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일방취소 통보가 반복되자 정부도 바람직한 남북관계의 설정을 위해서라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의 잇따른 일방 통보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은 이번에 금강산 합동공연을 취소하면서 남측 언론 탓을 했다.
북한은 우리측에 보낸 전통문에서 우리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해 나선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북한이 밝힌 내부 경축행사는 2월 8일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건군절’ 열병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석을 통해 ‘평화 공세’를 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열병식으로 군사 위협을 한다고 비판해온 국내 일부 언론의 논조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른 배경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우리 정부가 경유 반입 등을 놓고 미국 등의 협조를 구하는 것에 불만을 가졌을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제재 위반 등의 말이 나오는 데 대해 남측 당국에 던지는 경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제재 논란’에 휩싸인 우리 정부의 난처한 입장을 배려해 선제적으로 취소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이와 함께 기싸움을 벌이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조치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남측에서 열병식을 문제 삼자 일종의 압박카드로 내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금강산 공연이 열릴 예정인 ‘금강산 문화회관’이 북측이 몰수한 자산인데, 우리측이 점검하고 재가동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금강산 합동문화공연이 갑작스럽게 취소되면서 남북이 합의했던 다른 행사들도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북은 이르면 3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스키선수들의 공동훈련일 진행할 예정이다. 북한이 금강산 공연은 취소하면서 더 임박한 스키 공동훈련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는 이유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우리 스키 훈련단이 전세기를 이용해 원산으로 갔다가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스키 선수 등을 태워 내려올 계획인 점이 고려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분석이 맞는다면 북한 선수단의 평창 참가에는 일단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북측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여러 행사가 예정돼 있다. 삼지연관현악단 140여 명으로 구성된 북한 예술단이 내달 6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남해 8일 강릉아트센터,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올림픽 개막 이틀 전인 내달 7일에는 응원단 230여 명과 태권도시범단 30여 명 등이 경의선 육로로 내려온다. 태권도시범단은 서울과 평창에서 시범공연을 할 예정이다.
또 어떻게 구성될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지만, 고위급 대표단도 방남도 예정돼 있어 차질 없는 진행 여부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