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새만금 잼버리 실태’ 보고
“여가부, 안일하게 대회 준비”
조직위 사무총장, 얼음 구매 막아
공사 중인 화장실 “완료” 허위보고
직원 4명은 유럽으로 외유성 출장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한 외국인 참가자는 5일 연합뉴스에 잼버리 내부 상황을 알린다며 몇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은 행사장에서 창궐한 벌레 떼에 물린 한 참가자의 다리. 영국과 미국 참가단의 철수 배경에는 이러한 열악한 환경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8.5 연합뉴스(독자 제공)
국제적 망신살만 뻗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실패의 배경에는 여성가족부의 안일한 대회 준비와 허위 보고 등이 일부 작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감사원이 발표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를 보면, 여가부는 국회와 언론이 준비 부족 및 대책 미흡을 지적했음에도 개선안을 만들지 않았다.
여가부는 잼버리 대회 조직위 준비 상황을 점검·지도·감독하고, 국무회의 등에 준비 상황을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하지만 여가부는 시설 설치가 지연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대책 마련을 검토하지 않았고, 폭염·배수·해충 문제에 ‘대책이 있다’고만 답할 뿐 현장 점검 등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조직 구성원의 역량 부족이나 도덕성 문제 심각했다.
당시 여가부 국장급 공무원 출신인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스카우트와 국제행사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부족으로 숙영시설 설치 관리를 제대로 못 했고, 관련 예산이 있는데도 ‘폭염 대비용’ 얼음 구매를 막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잼버리 대원들은 대회 기간 얼음 없는 대회장에서 폭염과 싸워야 했다.

새만금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 화장실에 설치된 변기. 아랫부분 페달을 힘차게 밟아야 오물이 배출되는 수직낙하식 구조다. 서울신문 DB
잼버리 대원들에게 원성을 샀던 화장실 부족 문제도 여가부의 안일한 대응에서 비롯됐다고 감사원은 봤다.
대회 개막 한 달 전인 2023년 7월 여가부 직원들은 화장실과 샤워장 배관 및 전기 이음 작업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도, 장관에게 ‘최종 설치가 완료됐다’는 취지로 사실과 다르게 보고했다.
이 때문에 화장실·샤워장 설치가 제대로 안 된 숙영시설에 참가자들이 입영하게 됐고, 열악한 화장실 문제는 대회 기간 내내 국제적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여가부는 관련 시설 설치가 완료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감사원은 “여가부는 조직위로부터 화장실과 샤워장 미설치 사실을 보고 받고, 현장점검에서 의료·사무기기 등 시설이 설치 완료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도 국무회의에서 설치가 완료됐다고 허위 보고했다”며 “이는 정부 차원의 보완 대책을 마련할 마지막 기회를 잃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여가부 직원 4명은 ‘세계잼버리 해외 우수사례 조사’라는 명목으로 2018년 말 예산 3100여만원을 들여 영국 런던과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출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잼버리 준비 업무 담당자는 1명에 불과했고, 방문 기관인 ‘덴마크 여성위기센터’는 세계잼버리와 관련이 없는 곳이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대원들이 지난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을 떠나면서 짐을 끌고 있다. 부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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