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국회에 여야 지도부 씁쓸한 뒤풀이
공무원연금개혁 법안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되면서 4월 임시국회가 ‘빈손’으로 종료된 6일 밤 여야 지도부는 각각 별도의 모임을 갖고 향후 수습책을 고민하며 해법을 모색했던 것으로 7일 알려졌다.하지만 양당 모임 모두 공무원연금 개혁이 우여곡절을 겪은 뒤 성사 직전에 무산된 데 대한 허탈감과 무력감으로 인해 무거운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전날 밤 9시쯤 본회의 속개가 어렵게 되자 여의도 모처에서 공무원연금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 원내부대표단과 모여 저녁식사를 했다.
특위 위원들과 원내부대표단은 120여일에 걸친 논의 끝에 지난 2일 가까스로 협상이 타결돼 이날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이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기대했던 만큼 실망감과 아쉬움이 시종 분위기를 압도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김 대표와 강석호 사무부총장 등이 가볍게 술잔을 주고받으며 특위 위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다시 잘해보자”며 결의를 다지려고 애썼지만 침울한 분위기를 살리지는 못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이틀 동안 죽을 고생을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다들 허탈해했다”며 “김 대표가 공무원연금개혁을 ‘다시 잘해보자’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실무 기구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자리가 마무리된 뒤에는 이번 협상을 총괄했던 유 원내대표가 원내부대표단과 자정 너머까지 ‘2차’ 자리를 이어갔다.
유 원내대표는 원내부대표단에게 고생했다는 인사를 건넸고, 원내부대표단은 “협상 과정에서 제대로 보좌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비슷한 시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심야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회 인근의 한 고깃집에 모여 그동안의 협상 과정을 평가하며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자리를 가졌다.
우윤근 원내대표가 마련한 이 자리에는 강기정 연금개혁특위 야당 간사와 서영교 원내대변인 등 원내지도부, 그동안 공무원 연금개혁 협상에 참여한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7일로 임기가 종료되는 우윤근 원내대표에게는 6일 본회의가 제1 야당 원내사령탑으로서 마지막 미션이었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여야가 13시간 동안 기싸움만 벌이다가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명예로운 기록을 남기지 못한 채 소임을 마치게 됐다.
의원들은 2시간 가량 식사를 하며 연금 협상이 무산된 것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고, 우 원내대표는 강 의원을 비롯해서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고생한 의원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우 대표는 임기 중 연금개혁을 마무리하지 못 한 것 때문에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우 대표는 이날 새정치연합 의원 130명 전원에게 “끝까지 인내력을 갖고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연금 관련 여야 합의를 지키지 못했다. 모두가 제 부덕의 소치”라며 ‘고별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평소 거른 적 없던 최고위원회의를 김무성 대표가 이례적으로 취소하면서 지도부 공식 일정이 전혀 없었으며, 오는 8일 주요당직자 회의도 열지 않기로 하면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불발의 여파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김 대표는 피로와 몸살을 이유로 오전에 자택에서 머무느라 자신이 창립한 노인복지 정책모임인 ‘퓨처라이프포럼’이 국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불참한 데 이어 오후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촉진 토론회’에도 나타나지 않는 등 ‘칩거 모드’를 보였다.
전날 대국민 사과문까지 냈던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날 종일 개인일정만을 소화하면서 공식 석상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오는 8일까지도 별다른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여서 자연스럽게 이번 주말까지는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