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전격 억류 해제...“다행인데 개운치가 않네”

이란의 전격 억류 해제...“다행인데 개운치가 않네”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21-02-03 16:36
수정 2021-02-0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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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남겨두고 선원들만 귀국 불가
필수 운항 인력 남아 선박 관리
이란 정부, ‘일석이조’ 효과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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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수비대 고속정(오른쪽 원)이 지난달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양 오염을 일으켰다는 혐의로 한국 국적 화학운반선 한국케미호에 접근해 나포하고 있다. 사진은 나포 당시 한국캐미호의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모습. 이란 외무부는 2일 한 달 가까이 억류한 한국케미호 선원의 출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 고속정(오른쪽 원)이 지난달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양 오염을 일으켰다는 혐의로 한국 국적 화학운반선 한국케미호에 접근해 나포하고 있다. 사진은 나포 당시 한국캐미호의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모습. 이란 외무부는 2일 한 달 가까이 억류한 한국케미호 선원의 출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란이 한국 선박을 억류한 지 29일 만에 선원 대부분을 풀어주기로 했지만 선원들이 당장 귀국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법적 절차가 끝난 뒤 배를 되찾아오려면 선박 운항에 필요한 인력들이 투입돼야 하는 현실적 문제 때문이다. 이란은 억류 해제를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의 요청’을 강조했는데, 이는 이란의 요청 사항인 동결자금 문제도 빨리 해결해 달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3일 정부 당국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 정부는 이란 측에 “설 전에는 억류가 해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측 요청으로 전날 오후 6시 50분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세이에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의 통화가 이뤄졌다. 억류 해제 소식이 전해진 것도 이때다. 선박과 한국인 선장은 사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남아 있지만 나머지 19명의 선원은 ‘자유의 몸’이 됐다는 것이다.

이란 측은 전격적인 억류 해제 발표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선원들 억류 장기화로 인한 역풍을 피할 수 있게 됐고, 사법적 이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억류 해제 배경으로 ‘한국 정부의 요청’, ‘인도주의적 조처’를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를 향해 인도적 차원의 동결자금 해법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이란의 선제적 조치로 인해 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반가운 소식인데도 “개운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선사 측도 추후 선박 운항이 허용됐을 때를 감안하면 선원들이 당장 본국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 안에 에탄올 등 화학제품이 실려 있어 관리의 필요성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박을 운영하고 화물을 관리하려면 필수 인력이 잔류해야 하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현재 선사, 가족들의 의사도 중요하고 제3국의 선원들도 있기 때문에 협의를 거쳐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최종적으로 선박 억류가 해제돼야 해결된 것”이라면서 “이란이 우호적 조치를 취한 건 양국간 관계를 새로 확대시키는 데 좋은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데서 단초가 됐다”라고 했다.

이란 측은 한국 정부가 동결자금 해결을 위해 진정성을 보인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혁(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겸임교수) 한국이란협회 사무국장은 “이란은 한국 정부에 인도적 교역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여 줬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동결자금 관련 독자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내에 구체적으로 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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